19세기 영국고전소설작가 제인 오스틴 각색영화 빅히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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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19세기 영국의 고전소설작가 제인 오스틴(1775~1817)이 「90년대의 가장 대중적인 여성스타」로 떠오르고 있다.지금으로부터 1백79년전에 사망한 제인 오스틴이 미국언론에 의해 마돈나에 비교될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다는샤 사실은 당연히 『왜,지금,하필 제인 오스틴인가』란 궁금증을 자아낸다.
『감각과 분별(sense & sensibility)』『오만과편견』『설득』『에마』등의 작품을 남긴 오스틴은 자신의 생활반경도 그렇고, 작품 속의 무대도 한적한 영국시골 지주 집안의 안방과 응접실을 벗어나지 않았다.그래서 찰스 디 킨스 등 사회의식이 강한 리얼리즘소설을 남긴 동시대작가들에 비해 의식없는 작가라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오스틴의 작품은 근본주제가 여성과 결혼이다.남성중심사회에서 전문직을 가질 수 없었고,결혼만이 유일한 신분보장이었던 19세기 영국사회에서 「돈」없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결혼을 해학과 위트로 그려내 생존당시에도 여성들의 사랑을 받았다.오스틴은 이제 당시 영국의 가정생활을 마치 풍속도처럼 세밀하게 그린유일한 작가로 높이 평가받고 있으며,당시 영국사회의 결혼이 지닌 속물성을 신랄하게 꼬집은 풍자문학의 대가로 대접받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해에는 오스틴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들이 대거제작돼 인기를 누렸다.여름에는 『에마(Emma)』를 현대의 베벌리힐스를 무대로 각색한 『클루리스(Clueless)』란 영화가 빅히트했고, 영국감독 켄 미첼이 만든 『설득』에 이어 리안(李安)감독이 만든 『감각과 분별』이 미국에서 개봉돼 인기를 모으고 있다.특히 『감각과 분별』이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영화상 7개부문 후보에 오르면서 제인 오스틴붐은 영미권을 벗어나 세계적으로 확산될 기미마저 보이고 있다.지 금처럼 빨리 돌아가는 세상에, 그것도 18세기말에서 19세기초 한가로운 영국시골의 안방과 응접실을 무대로 펼쳐지는이야기들이 서구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찾아간 영국은 오스틴을 배출한 나라답게 오스틴의 세계적인 붐을 무척 자랑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영국에서 오스틴붐에 불을 붙인 것은 할리우드영화가 아니라 지난해 10월 BBC방송이 방영한 미니시리즈 6부작 『오만과 편견』.저녁 황금시간대에 방영된 이 드라마를 보기 위해 어린이에서부터 노인까지 1천7백만명의 시청자가 TV앞에 몰려 방영시간때면 술집과 도로가 썰렁해질 정도였다고 한다.
오스틴전문가인 영문학자 주디 프렌치는 『여성들의 삶이 별로 변하지 않았고,무엇보다도 오스틴작품은 재미있다.또 현대인들에게「좋았던 그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같다』고 분석했다.
런던에서 남쪽으로 2시간정도 떨어진 햄프셔의 초턴에 자리한 「제인 오스틴 하우스」.관리인 토머스 초튼은 『요즘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2배이상 늘어 무척 바쁘다.오스틴의 비디오와 작품이 엄청 팔린다』며 즐거워했다.
「제인 오스틴 하우스」는 평생 독신으로 산 오스틴이 병으로 사망하기 전 8년동안 어머니.언니와 함께 생활하며 대부분의 작품을 발표한 집으로 TV시리즈 『오만과 편견』의 촬영장으로 이용되면서 북미지역에도 널리 알려지게 됐다.
사후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제인 오스틴붐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미국 미라맥스영화사가 『설득』을 촬영하고 있으며,영국 BBC방송은 또다른 미니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또 『오만과 편견』이 곧 연극무대에도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런던=이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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