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현대아산마저 핫라인 끊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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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피격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방북했다 돌아온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左)이 15일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 회의실에서 김하중 통일부 장관을 만나 결과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김성룡 기자]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12일 방북한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이 예정보다 하루 더 머물면서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15일 빈손으로 돌아왔다. 북한 전문가들은 “예견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건이 터진 뒤 정부는 현대아산의 입만 쳐다봤다. 그러나 믿었던 현대아산마저 성과를 내지 못했다. 북한과 현대그룹의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유일한 대북 창구라 할 현대아산 역시 최근 ‘고위급 핫라인’이 끊겨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한 없는 인물만 만나=윤 사장은 금강산에서 돌아오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북측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의 현지 책임자 셋을 만났다. (남측) 여론과 합동조사 필요성을 전한 것 외에는 뚜렷한 성과가 없다”고 털어놨다. 앞서 방북길 회견에서도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왜 방북하느냐”는 질문에 “일단 간다고 통보했으니 (누구든)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뚜렷한 고위급 파트너가 없음을 시사한 부분이다.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은 금강산 관광사업을 진행하는 북측 현지 회사다. 대남 사업에 실질적 권한이 있는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나 조선통일전선부보다 위상이 한 단계 아래다. 윤 사장은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현지 관계자 이외에 다른 고위급은 만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라면 남북한 간 교착상태를 풀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이 있는 고위급과 접촉도 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린 셈이다.

◇현대 핫라인까지 끊겨=현대아산은 대북사업을 본격 시작한 고 정주영 명예회장 시절부터 최근까지 줄곧 고위급 핫라인을 가동해 왔다. 후계자인 정몽헌 회장이 사망한 뒤 부인 현정은 회장 체제가 출범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가정주부에서 갑자기 경영일선에 나선 현 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두 차례 면담할 정도로 현대의 핫라인은 막강했다.

현 회장이 북측으로부터 백두산 직항로 관광과 같은 ‘선물’을 얻어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비선이 작동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2005년 7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현정은 현대 회장은 1차 면담 때 현대아산 측에서는 고 정주영 회장 시절부터 대북사업을 챙겨온 김윤규 부회장이 앞장섰다. 북측에서는 최승철 조선통일전선부 부부장이 면담을 주선했다.

최 부부장은 현대아산의 든든한 대북사업 핫라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현 회장이 김 위원장과 면담한 직후 북측에 통보 없이 김윤규 부회장을 퇴진시키면서 북한과의 핫라인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한때 윤만준 사장의 방북을 불허하기도 했다. 그러다 북한과 현대아산 간 고위급 핫라인이 다시 복원된 것은 지난해 11월 김정일-현정은 2차 면담이 성사되기 직전이다. 현대아산 고위급 인사와 최 부부장이 만나 폭탄주를 기울이며 애쓴 끝에 신뢰를 회복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대아산은 또다시 뜻밖의 난관에 부딪혔다. 최 부부장이 지난해 대선 직후 모든 공식석상에서 사라진 것이다.

글=안혜리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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