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 당한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는 당초 북한이 밝혔던 것과는 달리 군사통제구역 내부로 800m를 들어갔다가 북한군 초병의 제지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방북을 마치고 돌아온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은 북측으로부터 이 같은 설명을 들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이 당초 설명과 다르게 사건 경위를 밝힌 것이라 ‘말바꾸기’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 박씨 사망 시간을 최초엔 11일 오전 5시쯤으로 알렸다가 민간인 식별 가능성 논란이 제기되자 오전 4시50분으로 10분을 앞당긴 뒤 이어진 두 번째 바뀐 설명이라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윤 사장 일행이 통일부에 보고한 북측의 사건 경위 설명에 따르면 박씨는 펜스를 넘어 군사통제구역으로 들어간 뒤 제지를 받고 도주하다 펜스 200m 앞에서 사망했다. 당초 북측은 박씨가 펜스를 넘어 1200m 떨어진 기생바위 인근에까지 접근했다고 주장했다. 박씨가 숙소였던 금강산 관광지구 내 비치호텔을 출발한 시간도 CCTV에 나왔던 11일 오전 4시30분에서 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CCTV의 시계가 정확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 사장 일행이 이번 방북 기간 중 비치호텔에서 펜스까지 실제로 걸어보니 14분 가량이 소요됐다. 이 경우 박씨는 오전 4시30분 숙소를 나와 4시44분께 펜스에 도착한 게 된다. 그런데 최초 북측의 설명대로라면 박씨는 4시44분 이후 사망시간인 4시 50분까지 6분간 2200m를 이동했다는 게 돼 시속 20㎞ 이상으로 뛰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당시 북측 설명대로라면 박씨는 펜스를 넘어 1200m 가까이 들어갔다가 초병의 제지를 받고 도주한 뒤 펜스 200m 앞에서 피격당했기 때문이다. 이봉주 선수가 마라톤 한국 최고 기록(2시간7분20초)을 세울 때가 평균 시속 19.9㎞였던 만큼 치마를 입은 53세의 박씨가 이봉주 선수만큼 뛰었다는 얘기가 된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이날 저녁 서울 남북회담본부에서 윤 사장을 만나 사건 경위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의혹 해소가 이뤄지지 않았다. 내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6자회담이 진전되고 북핵 문제가 해결되는 국면에서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반문해 이 사건이 국제 이슈화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채병건·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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