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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악순환 막으려면 실효지배 강화 … 되로 받고 말로 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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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역대 정부에서 반복돼온 악순환의 굴레에 이명박 정부도 걸려들었다. 정권 초기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을 선언했지만 어김없이 과거사 문제나 독도 문제가 터져 한·일 관계는 오히려 더 후퇴하는 악순환이다. 김대중 정부에서도 그랬고 “임기 중 과거사 문제를 거론하지 않겠다”던 노무현 정부도 ‘외교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관계가 악화됐었다. 그럴 때마다 여론은 격앙되고 정부는 성난 여론을 뒤쫓는 미봉책을 내놓기에 바빴다.

어떻게 하면 이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먼저 문제의 본질과 상대방의 의도를 정확하게 꿰뚫어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일본의 목표가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만들어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는 것이란 점은 정부와 학계의 공통된 견해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사법재판소는 ‘강제 관할권’이 없어 우리 정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재판 자체가 이뤄지지 않지만 끊임없이 갈등을 유발하고 국제 여론을 자기 편으로 만들려는 게 일본의 속셈”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번 학습지도요령 개정도 장기적 전략을 갖고 짜놓은 단계적 시나리오의 일환이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략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냉철하면서도 단호한 자세가 요구된다. 평생을 독도 연구에 바쳐온 최서면(80) 국제한국연구원장은 “가진 자의 늠름함”을 강조한다. “일본이 아무리 떠들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우리가 독도에 대한 실효 지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경우에 따라 일본의 억지 주장을 무시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흥분은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독도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일본 TV에선 항의 시위대가 주한 일본 대사관 앞으로 몰려가 일장기를 태우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문제는 이런 화면이 일본뿐 아니라 CNN 등 제3국의 방송에도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자칫 국제사회에 “한·일 양국 사이에 독도 문제란 심각한 영토 분쟁이 있다”는 인상을 은연중에 심어줄 수도 있다. 이는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려는 일본의 전략에 말려들어가는 결과가 된다.

일본의 반복되는 영유권 주장에 대한 대응은 크게 두 갈래다. 첫째는 외교적 대응이다. 일본이 주장을 펼 때마다 엄정하게 항의하고 부당성을 지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독도에 등대, 접안·대피 시설 등을 설치할 때 일본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따라서 이번 해설서 개정과 같은 일을 일으키면 한국으로서는 실효조치를 더 강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본으로 하여금 ‘되로 주었다가 말로 받았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사건이 터질 때 못잖게 중요한 건 평상시의 대비와 연구다. 일본의 영유권 주장 근거인 1905년 영토 편입은 러·일 전쟁 전후 본격화된 일제의 한반도 침략 과정의 일환이란 역사적 사실을 국제법적 논리와 접목시키는 연구가 요구된다. 서울대 백진현(국제법) 교수는 “흥분이 가라앉고 소강상태에 들어갔을 때야말로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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