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멜로구도 탈피할까-봄개편 아침드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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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아침드라마들이 봄철개편과 함께 상당수 물갈이되면서 고질병이었던 불륜과 멜로 일색 구도에서 탈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3월4일 KBS는 1TV에 『TV소설』이란 포맷으로 아침드라마를 신설하고 2TV도 『여울』 후속으로 『여자 가 사랑할 때』 첫회를 내보낸다.KBS는 『TV소설』(월~금 오전8시20분)이 끝나는 오전8시40분에 『여자가…』를 편성,시청자들이 두작품을 차례로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밝혔다.
지금껏 아침드라마가 없던 1TV의 『TV소설』 신설은 오전방송 2시간 연장이 배경.드라마만큼 투자 대비 시청률이 확실한 프로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지만 교양채널인 1TV의 「품격」유지에 부담을 느껴선지 드라마 대신 굳이 『TV소설』 이란 타이틀을 붙였다.내용은 큰집에 더부살이하며 헌신적으로 동생들을 부양하는 소녀가장 이야기로 일단 불륜구도에서 벗어나있다.28년전인68년,엄마를 병으로 잃은 12살 영희(유호정)는 난봉꾼 아빠가 가출하자 큰집에서 더부살이하며 동 생들을 돌본다.낮에는 공장,밤에는 야학을 다니며 남동생을 대학까지 보낸 영희는 좋아하던 남자친구를 큰집 딸에게 양보하고 재단사와 결혼한 뒤 병든 난봉꾼 아버지를 부양한다.
이와 달리 2TV의 『여자가 사랑할 때』는 전작의 불륜구도를또다시 답습할 조짐이어서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이 드라마는 30대 주부(이혜숙)와 50대 어머니가 각각 남편의 외도로 고통받는 상황을 축으로 삼고 있다.대학시절 친구의 애인과 결혼한 딸은 유학에서 돌아온 친구와 가까워진 남편의 이혼요구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 어머니는 딸같은 여자에게 연애감정을 품은 대학교수 남편을 불안한 눈길로 지켜본다.「가정의 소중함」을 주제로 내걸었지만 도식적인 이중불륜구도는 드라마의 초점이 다른 곳(흥행)에 있음을 보여주며,2TV의 공영성을 강화하겠다는 최근 KBS의 발표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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