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달아 높이곰 돋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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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무당을 좋아하던 어머니 생각이 났다.좋아했다기보다 끌렸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어머니는 그녀들의 예지(豫知) 능력을 신비로워했고,그녀들의 집중력을 존경했다.무엇이 그녀들에게 그같은 힘을 점지하는지 몹시 궁금해하기도 했다.서양 무당이 「마녀」다.그래서 어머니는 마녀에게 마냥 사로잡히고 다녔는지도 모른다.
일본 무당은 어떤가.「한마디로 알아맞힌다」는 일언대신(一言大神).무엇을 알아맞힌다는 것일까.
함께 가겠다고 하자 이자벨 내외는 호텔 현관까지 자가용차로 데리러 왔다.
토니 스티븐슨 교수-.이자벨의 남편은 차에서 내려 정중하게 인사했다.갈색 머리에 갈색 턱수염.온유한 미국인이었다.동북아시아의 샤머니즘을 연구하고 있다고 이자벨은 하코네 온천서 소개했었다. 『한국에도 몇번 갔었습니다.한국 샤먼중엔 미인이 많아요.그러나 이런 미인을 만난 적은 없었습니다.』 스티븐슨 교수는아리영의 아름다움을 솔직하게 칭송했다.아내에게 듣고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미인이라며 손등에다 입을 맞추었다.
『어때요? 내 「미술품」 발굴 능력이….』 이자벨은 운전석에서 핸들을 쥐며 활달하게 웃었다.
그녀도 아름다웠다.특히 어깨 위에서 굼실거리는 긴 금발과 큰입술이 유혹적이었다.
『일언대신이라는 그 샤먼은 몇살이나 된 분인가요?』 운전하는아내 옆자리에 앉은 스티븐슨 교수의 뒷머리를 향해 물었다.
『꽤 고령인 것같습니다.교토(京都)에 있다가 도쿄(東京)에 왔다는데 경력은 아직 잘 모릅니다.』 『잘 맞히는 샤먼인가 보지요?』 『어찌나 사람이 밀리는지 시간 얻느라 애먹었습니다.그녀의 스폰서를 잘 아는 미국인 미술상(美術商)이 주선해줘서 간신히 일정을 잡은 겁니다.오늘 하루 그녀는 온통 우리 차지예요.』 스티븐슨 교수는 뒤돌아보고 말했다.신나는듯했다.
『어떤 취재를 하실 건데요?』 『그녀에 관한 모두입니다.…어디서 뭘하던 여자인데,어째서 샤먼이 되었는가,그녀가 받드는 「신」은 누구인가,그 「신」을 본 적이 있는가,그 「신」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가,나누었다면 어떤 내용의 얘기들인가,한마디로 「초능력」이라해 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녀가 가진 힘은 어떤 것인가,투시력인지 예지력인지 병 치료 능력인지,그리고 그것은 어떻게 주어졌다고 생각하는가,그 적중률(的中率)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가,그녀의 섹스 라이프는 또 어떤 것인가….』 『성생활까지?』 아리영은 놀라 되묻다 얼굴을 붉혔다.
글 이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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