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황세희의 몸&마음] 복더위 불쾌지수 낮추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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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뮈의 처녀작 『이방인』에서 주인공 뫼르소는 특별한 이유 없이 권총으로 아랍인을 사살한다. 재판에 회부된 그는 살인 사유로 지나치게 눈부셨던 한여름의 태양빛을 지목한다. 때 이르게 찾아온 복더위가 전국을 후끈 달구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맞물린 한반도의 아열대화 현상 때문이라니, 이제 폭염에 시달리는 기간도 2~3주에서 두어 달로 길어질 모양이다. 예상치 않은 기후 변화는 건강에 적신호를 울린다. 실로 지난 한 주 내내 더위로 인한 인명 피해 소식이 잇따랐다.

인간의 지혜는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는 법을 찾고 실천하는 데서 빛을 발한다. 눈보라를 피하듯, 강렬한 태양빛은 일단 피하는 게 상책이다. 의학계에선 무더위 때 꼭 지켜야 할 세 가지 건강수칙을 제시한다. 첫째, 한낮 외출은 15분 이하로 자제할 것. 둘째, 모자·선글라스·부채·선풍기·에어컨 등 각종 장비를 동원해 최대한 시원한 환경을 조성할 것. 셋째, 분비되는 땀만큼 수시로 수분과 전해질을 섭취할 것 등이다.

무더위는 정신 건강도 심각하게 위협한다. 자연과 공존해온 인간의 심성은 기후 변화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적절한 기후와 낮·밤의 변화에 생체리듬이 조화를 이루면 기분은 유쾌해진다. 반면 복더위는 불쾌지수를 높이고, 정서 문제를 초래한다.

기상청이 발표하는 불쾌지수는 기온과 습도에 따른 인간의 불쾌감을 계량화한 수치다. 산술적으로 ‘0.72(기온+습구온도)+40.6’으로 환산되니 온도와 습도가 오를수록 불쾌지수는 증가한다. 물론 불쾌감을 초래하는 데는 습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통상 불쾌지수 70 이상이면 10%, 75 이상일 땐 50%, 80 이상에선 거의 모든 사람이 불쾌감을 느낀다. 정신의학적으로 불쾌지수가 올라갈수록 인간의 충동성 조절은 힘들어진다. 무더울 땐 사소한 일에도 쉬 짜증이 나고 단순한 사건이 큰 싸움으로 진행되기 쉬운 이유다. 앞으로 두 달간은 불쾌지수가 80을 넘는 날이 빈번할 전망이다. 따라서 우선 나 자신뿐 아니라 가족·동료·친구 등 주변 사람 누구나 불쾌지수가 높은 시기라는 점을 늘 인식해야 한다. 이즈음 전문가들은 불쾌지수가 80을 넘는다는 기상청 예보가 있을 때, 괜스레 짜증이 많이 난다 싶은 날엔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대인관계도 최소한으로 줄이라고 조언한다.

집 안 분위기를 밝고 깨끗하게 변화시키는 노력도 불쾌감을 더는 데 한몫 한다.이를 위해선 집 안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은 물론, 나쁜 냄새를 유발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매번 나올 때마다 즉시 처리하자. 또 에어컨이나 난방을 이용해 실내 습도를 줄이는 노력은 직장이나 가정에서 서로 간의 다툼 횟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생체 리듬도 정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더운 여름철일수록 취침 시간과 무관하게 기상 시간은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아침에 눈뜬 직후엔 10분간의 스트레칭으로 찌뿌듯한 느낌을 털어버린 뒤 커튼을 활짝 열고 아침 햇살을 온몸으로 느껴보자.

지금은 굳이 뫼르소가 아니라도, 인간을 열정과 충동으로 내모는 한여름의 작열하는 태양 에너지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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