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만날 수 있는 게 신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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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세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일본인 블로거 고마쓰 사야카(27·여·경기도 용인). 그는 ‘내 눈으로 본 한국, 한국인(sayaka.tistory.com)’이라는 인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처음 연 블로그가 불과 한 달 만에 200만 이상의 방문자 수를 기록하면서 사야카는 단번에 온라인 스타로 떠올랐다. 그동안 올린 한국문화 체험기를 모아 "사야카의 한국 고고씽"이라는 책도 냈다. 지금도 매일 5000여 명 이상이 꾸준히 그의 블로그에 들러 댓글을 주고받는다.

사야카는 8년째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1999년 뉴질랜드로 어학연수를 갔다가 현지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들이 좋아 2년 후 한국을 찾은 것이 인연이 됐다. “이젠 한국이 제일 편하다”고 말하는 그는 일본에서 다니던 세이토쿠대를 중퇴하고 부산대에 입학했다.

블로그를 만들어 본 경험이 전무했던 사야카는 친구의 권유로 우연히 블로그 사이트에 가입했다. 일상 생활에서 보고 느낀 한국문화의 특징과 에피소드를 하나씩 꺼내 놓고 일본 전통문화 이야기를 풀어 가자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적게는 200개, 많게는 700개가 넘는 댓글이 매번 달릴 정도였다. 포털사이트 다음 메인 화면 ‘오늘의 블로그’에 연이어 소개됐고 구글 등으로부터 광고 게재 문의도 잇따랐다.

매일 오전 시간은 블로그 관리에 쏟아 붓는다. 올린 글에 댓글이 달리면 틈틈이 답글을 달면서 블로그 이웃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평소에는 늘 노트를 지니고 다니면서 재미있는 얘깃거리가 떠오를 때마다 적어놓곤 한다.

인기 비결을 묻자 그는 “외국인, 그것도 여자가 부끄러운 부분까지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용기 때문인 것 같다”고 대답한다. 화장실, 목욕탕 등 곳곳에서 그가 겪은 재미있는 체험담을 읽고 있노라면 일본인의 눈에 비친 한국이 얼마나 독특한지 실감하게 된다. 방문자들은 사야카가 동네 사우나에서 엿듣는 이웃 아주머니들의 대화나 게임 폐인이 되어 PC방에서 통학했던 경험에 열광한다.

그는 한국에서의 사회활동 범위도 넓어졌다고 한다. “이상하게도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은 정작 한국인들과 어울릴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아요. 그런데 블로그를 하면서 그걸 극복했어요. 팬들과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기도 해요.”

사야카는 누구나 드나들면서 쉽게 글을 읽을 수 있도록 공개해 놓는 한국의 블로그 시스템이 독특하다고 말한다. 그는 “일본에서 ‘블로그’란 친한 친구들과 지인들에게만 보여주는 것”이라며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글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게 한국 블로그의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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