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인의 지식블로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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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호 20면

최소한 3주일을 준비해 만드는 ‘스페셜 리포트’는 중앙SUNDAY에서만 볼 수 있는 명품 기획기사입니다. 이번엔 수준 높은 담론이나 정보를 전파하는 지식 블로거의 세계를 탐사했습니다.

초기 블로거는 주로 젊은 층이고 다루는 주제도 신변잡기적 성격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기성세대나 전문가 그룹에선 블로그를 허접스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국내에 블로그가 한창 퍼져 나갈 무렵인 2006년 가을, 저는 중앙일보 고정 코너인 ‘중앙포럼’을 통해 ‘Becker-Posner 블로그를 보며’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습니다.

노벨상(경제) 수상자인 게리 베커와 연방판사인 리처드 포즈너가 함께 만드는 블로그(www.becker-posner-blog.com)를 소개하며 좀 더 많은 지식인이 인터넷 세상에서 활동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베커와 포즈너처럼 저명한 지식인이 월요일마다 블로그에서 고급 담론을 벌이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도 적었습니다.

2년 가까이 지난 지금, 두 지성은 여전히 일주일에 한 번씩 교신하고 있습니다. 어떤 글은 뉴욕 타임스에 전문이 실릴 정도로 여전히 영향력이 큽니다. 제가 알기로 국내에는 아직 이런 수준의 대화 블로거는 등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허접스럽게 여기는 경향’이라는 표현은 ‘전문 취소’해야 할 만큼 수준 높은 블로거들이 활약하는 세상이 됐습니다.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1만 명이 넘는 블로그가 1000개 정도로 추산되며, 그 수는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의사·변호사·교수·언론인 등 전문직 엘리트들도 속속 가세합니다.

인터넷은 쓰레기 소식과 알찬 정보가 함께 얽혀 돌아다니는 광장입니다. 좋은 정보를 가려내는 ‘선구안’이 부족하면 시간만 낭비하고 유익한 정보를 얻지 못합니다. 이런 취지에서 인터넷에 풍부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던지는 블로거의 얘기를 스페셜 리포트에서 다루기로 한 겁니다. 문화평론가와 물리학자, 사회심리학자, 외국 국적자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분들이 등장합니다.

지난달 미국 출장 때 자신을 언론인이라고 소개한 블로거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전직 기자·학자인 초로의 백인은 하루 종일 블로그에 미디어 뉴스를 소개하고 이를 평하는 일을 한다고 했습니다. 미국에는 자기 같은 풀타임 블로거가 많다고도 그는 말했습니다. 우리 네티즌 세상은 좀 더 유익하고 냉정하며 합리적인 지대(地帶)로 가야 합니다. 지식 블로거가 인터넷 생태계에서 견인차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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