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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성혜림씨 오빠 성일기씨가 말하는 두 여동생 근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북한 김정일(金正日)의 동거녀 성혜림(成蕙琳)씨와 함께 서방으로 탈출한 成씨의 언니 혜랑(蕙琅)씨는 북한에서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자서전을 준비해 왔으며 망명국에서 이를 발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오빠 성일기(成日耆.62.서울은평구갈현동)씨는 14일『지난해 11월16일 모스크바를 방문,혜랑이를 만났을 때 자서전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며 『거의 집필을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成씨는 또 『자서전은 북한사회의 전반적인 문제를 비판적시각으로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成씨는 보도진과의 접촉을 피했던 전날과 달리 모스크바 방문 경위,동생들의 동정등에 대해 비교적 자세하게 말했다.
다음은 成씨와의 일문일답.
-언제 모스크바로 갔나.
『11월초 기관원을 통해 동생들의 망명계획을 알게됐으며 모스크바 방문도 기관원들이 갑자기 제안,성사됐다.떠난 날짜는 정확히 11월15일이고 큰 동생 혜랑이를 다음날 만났다.혜림이는 우울증 증세가 심해 수시로 입원.통원 치료를 받는 등 극도로 건강이 악화돼 있어 만나지는 못하고 20여차례 전화통화만 했다.목소리가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혜랑씨와는 어떻게 만났나. 『큰 동생 혜랑이가 숙소인 모스크바 시내 코스모스호텔로 오전11시쯤 찾아와 방안에서 2시간 가량 대화를 나누었다(처음 10여차례 만났다고 한 사실을 완강히 부인).커피숍이나 라운지는 남들의 눈에 띌까봐 피했다.혜랑이는 자주색 밍크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멋쟁이처럼 보였다.』 -무슨 얘길 했나.
『망명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어디로 가는지는 밝히지 않았다.남한사회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수시로 남한의 소설.잡지등을 읽는다고 했다.또 글을 쓰는 사람답게 남한의 소설 수준이 아주 높다고 했다.이젠 같이 살 수 있겠다고 했더니 그 냥 웃기만 했다.또 우리때문에 오빠가 고생많이 했다고 하길래 잘 살고 있다고 했다.』 -동생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다녀왔는가.
『거기가 어디라고 내가 가나.그냥 택시를 타고 아파트 주위를한바퀴 돌았는데 별로 좋아보이는 건물은 아니었다.한영(혜랑씨의아들)이가 귀순하기전 살던 주소와 똑같아 아파트를 찾긴 쉬웠다.』 -모스크바에서도 안기부직원들과 함께 다녔나.
『그들이 호텔.비행기등을 모두 예약했지만 같이 다니진 않았다.아마 멀리서 주시하고 있었을 것이다.』 -왜 탈출한다고 했나. 『그냥 북한이 싫다고 했다.돈은 충분히 있지만 항상 감시받는 것 같아 답답해 못살겠다고 했다.말하는 투로 봐 북한체제에대해 혐오감이 상당한 것으로 느껴졌다.탈출이 어렵지 않느냐고 묻자 모스크바에 파견된 북한 기관원들이 충분한 물 자를 공급받지 못해 차량도 제대로 굴릴 수 없을 정도라며 기관원들의 정신력이 해이해져 있어 탈출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모스크바를 다녀온 뒤 다시 연락했나.
『외조카 한영이를 통해 소식을 들었을 뿐 직접 통화는 없었다.』 -지금 동생들이 신변의 위협을 받고 있진 않나.
『며칠 있으면 김정일 생일인데 그들이 가만 놔 둘리 없다.기관원들을 유럽에 쫙 풀었을 것이다.』 -언제쯤 한국으로 올 수있을 것으로 예상하나.
『한국으로 온다는 얘긴 하지 않았다.단지 늦어도 3월이면 탈출에 완전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언론보도로 동생들의 안전이 위협받지 않을까 두렵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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