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교사의 일기장 검사' 학생기자 생각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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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초등학교에서 교사의 학생 일기장 검사 관행이 인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않아'아동 사생활 침해' vs '글쓰기 지도 효과'를 놓고 찬반이 팽팽하다. 본지 학생기자들의 생각은 어떤지 들어봤다.

*** "사생활 간섭 아닌 글쓰기 키우는 것"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일기 검사를 받았다. 선생님이 매일 잘못된 부분을 알려주고 겪은 일에 대해 공감해주는 것이 좋았다. 4학년 때는 음식물 쓰레기에 대해 반성하는 환경일기를 주제로 방학 동안 일기를 썼는데, 그때 습관이 들어 지금도 일기를 쓴다.

선생님이 일기를 검사하는 것은 아이들의 사생활에 간섭하기 위함이 아니다. 일기 검사를 통해 자기 생활을 반성하게 하고, 나아가 글쓰기 실력까지 키우게 하려는 것이다. 게다가 일기 내용은 선생님과 당사자만 안다. 그런데도 인권 침해로 보는 것은 얼른 이해되지 않는다. 그리고 대개 선생님들도 저학년 일기만 검사하고 고학년은 자율로 한다.

학생들도 선생님이 자신의 사생활을 침범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잘 썼어요" 등 평가 메모를 보며 글쓰기에 자신감을 얻는다. 선생님과 말로 하기 어려운 고민도 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상담할 수 있다.

단점이라면 아이들이 비밀로 지키고 싶은 학교 밖 생활을 선생님이 알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서로 신뢰를 지킨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기 검사는 교육적으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인권 침해로만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

김지수 학생기자(인천 청량중1)

*** "남이 보게 되면 내 생각 표현 못해"

초등학생에게 일기 쓰기는 필수 과제다. 나도 저학년 때는 줄 간격이 큰 노트에 서툰 글씨로 꼬박꼬박 일기를 썼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검사를 맡기 위해 억지로 쓰고, 검사받기 하루 전에 몰아서 쓰기도 했다. 그래서 일기 쓰기가 시간 낭비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기를 처음 시작했을 땐 하루 일과를 쭉 나열한 경우도 있지만 내 마음을 솔직하게 썼다. 한 번은 부모님이 다투신 날 내 기분을 표현했는데, 부모님 권유로 내용을 고쳐서 낸 적도 있다.

고학년 때는 나만의 일기를 따로 썼다. 검사받는 일기는 적당히 쓰고, 나만의 일기는 자물쇠가 달린 예쁜 일기장에 솔직하게 썼다. 그 일기장에는 고민이나 계획, 주변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적었다. 비록 끈기가 없어 중도에 포기했지만 하루를 반성하기에는 그런 식의 일기가 더 좋은 것 같았다. 누구라도 자신의 일기를 다른 사람이 본다고 생각하면 주춤할 것이다. 내 사생활이나 기분을 남에게 보인다면 어떻겠는가. 그렇게 되면 학생들이 과장되고 거짓된 내용만 쓸 수 있다.

그 시간에 다른 갈래의 글을 써보는 것이 오히려 글쓰기 학습에 더 효과적이 아닐까.

이소민 학생기자(서울 가원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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