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워치] “중국 공산당 독재 곧 민주화 요구 직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베이징 올림픽은 강대국 중국의 출현을 세계에 알리는 무대다. 중국의 대국화는 경제력에 의존한 것이었다. 경제력에 비하면 공산당 독재하의 정치적 발전은 크게 뒤처졌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올림픽 이후 민주화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이 가까운 장래에 양당제와 같은 서구식 민주화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중국 공산당이 말하는 민주화는 당(黨)내 개혁이자, 당내 민주화다. 당·국무원(정부), 당·전인대(의회) 등의 관계를 ‘민주적’으로 조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공산당은 이들 기관의 조직·인사권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성장과 안정이 유지되는 한 중국에서의 정치민주화는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 외교의 동력 역시 경제력이다. 올림픽 이후 중국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문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힘을 기름)’를 너머 ‘유소작위(有所作爲·할 일은 피하지 않는다)’ 단계로 진입하는 것이다. 다만 미국이 세계 정치·경제에서 차지하는 현실적 비중을 감안해 중국은 미국에 대해 방어적인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중 관계는 미국의 영향력 아래 움직여 왔다. 1971년 10월 키신저와 저우언라이(周恩來)가 베이징에서 벌인 4시간의 비밀협상에서 절반 이상이 한반도에 관한 것이었다. 양측은 자기 입맛에 맞게 한반도 문제를 재단했다. 이 대화가 있은 후 7·4 남북 공동성명이 체결됐듯 미·중 관계의 변화는 한반도 문제와 한·중 관계에 결정적 영향을 미쳐 왔다.

그러나 동아시아 지역 각국 간 경제·문화 교류가 늘어나면서 국제환경이 새롭게 바뀌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를 군사 개념인 ‘지정학적 완충지대’로 접근하기보다는 경제·문화적 교류를 중시하는 ‘신지정학적 개념’으로 보기 시작했다. 한·중 관계가 더 이상 한·미 관계의 하부 구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북·미 관계가 호전될 경우 미국과 중국은 남북한과 경제교류에 적극 나서는 등 신지정학적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한광수 인천대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