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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高生 의대 진학, 과학고생 법대 진학 힘들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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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현재 중3 학생들이 고교에 진학하는 내년부터 외국어고에 입학하면 자연계나 이공계 과정을 사실상 배울 수 없게 된다. 마찬가지로 과학고에서 법대를 가기 위한 과정을 가르칠 수 없다. 정부가 오는 8월 선택 중심의 현 7차 교육과정을 손질해 외국어고나 과학고가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교육과정을 둘 수 없도록 사실상 선택을 아예 막기 때문이다.

대신 외국어고 졸업생이 대학을 진학할 때 어문학 계열에 진학할 경우 우대하는 것은 물론 인문.사회 계열 모집단위에 진학할 때도 불이익을 주지 않는 방안이 추진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13일 이런 내용을 담은 7차 교육과정 수정고시 방안을 논의한다. 초.중.고교에서 편성.운영해야 할 교육 목표.내용.방법이 담긴 일반 기준인 교육과정이 수정되는 것은 정부 수립 후 처음 있는 일이다.

교육부는 이날 외국어고 학생들에 대한 배려 방안도 검토한다.

◇교육과정 수정=7차 교육과정은 1997년 12월 고시돼 2002년부터 고교에 적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어고와 과학고는 총 교과이수 단위(196단위.1단위는 17주 동안 주당 한시간)의 10%(19단위)를 늘려 운영할 수 있게 돼 있다. 외국어고는 이 규정을 활용해 자연.이공 과정을 설치하고 수학이나 과학 과목을 배우게 한 뒤 일부 학생을 의대로 진학시켰다.

교육부는 이런 파행을 막기 위해 늘릴 수 있는 10%(19단위)를 전문 교과(외국어에 관한 교과, 과학에 관한 교과)에만 한정하도록 교육과정을 수정키로 했다. 전문 교과는 되도록 적게, 보통 교과는 되도록 많이 배우는 편법을 막자는 취지다.

교육과정 수정은 교육과정심의회 구성과 심의를 거쳐 교육부총리가 고시하면 된다. 교육부는 조만간 심의회 내 심의위원을 위촉할 예정이며, 늦어도 8월까지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외국어고에 대한 배려=교육부 실무진은 최근 이 같은 교육과정 수정안을 안병영(安秉永)교육부총리에게 보고했다. 이때 安부총리가 외국어고 출신자들이 인문.사회 계열에도 들어갈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자 교육부는 이에 대한 보완 작업을 하고 있다.

당초 교육부는 '2.17 사교육비 경감대책'에서 특목고 학생이 어문학 계열 등 동일 계열에 진학할 때에만 우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특목고가 교육과정을 변칙 운영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면서도 대입에서 외국어고 학생들이 인문.사회 계열에 진학할 때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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