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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순방나선 교황 바오로2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중남미 순방에 나섰다.사랑과 평화의사도로서 내전이 그치지 않는 중남미 지역 방문의 상징적 의미는크다.그러나 일주일 예정의 방문지역으로 과테말라.니카라과.엘살바도르.베네수엘라를 선정한 데는 가톨릭교계의 수장으로서 교황의고민이 배어있다.
전통적으로 국민의 대다수가 가톨릭인 이 지역이 최근들어 각종개신교 종파의 공세적 포교로 인해 점차 기반을 잠식당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제기되고 있다.13년만에 중남미 순방에 나선 75세의 교황은 지난 30년사이에 아홉배나 증가한 남미 개신교도들의 세 확장을 외면할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가톨릭교계 내부의 갈등도 만만치 않다.기존의 남미가톨릭이 박해받는 이들과 군사독재에 대항하는 해방신학에 기초해정치세력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했다면 현 추세는 보다 정통적이고 보수적 경향을 확연히 보이고 있다.바로 이 점 이 국민들로부터가톨릭이 외면당하는 주된 이유라는 데 가톨릭교계의 고민이 있다. 중남미 인구 전체로 볼 때 열명 가운데 한명 꼴로 신교로 개종했으며 현재 브라질과 과테말라의 경우 3분의1,엘살바도르는인구의 18%,멕시코는 5%가 신교도다.니카라과는 25%가 신교도며 2000년도에 이르면 신교도가 75년도에 비해 3배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남미의 가톨릭은 핍박받는 자와 가난한 이들의 의지처로 군사독재에 맞서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선봉역할을 자임해왔다.80년 피살된 엘살바도르의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와 후임자 다마스 대주교가 이끄는 행동파 종교인들은 교회와 국가의 분리를 주창해왔다.
이후 교황청은 국가와의 화해를 강조하는 대주교를 임명해 정부와의 마찰완화를 시도한 반면 신교는 정당 결성등 적극적인 정치공세를 펼쳐 과거 해방신학에 기초해 국민들의 지지를 받던 구교의 빈 자리를 채우고 있다.
과테말라는 전직 대통령 리오스 몬트가 신교도로 가톨릭을 노골적으로 홀대했고 정치지도자 가운데 다수가 신교를 믿는 국가인 까닭에 신.구교의 충돌이 눈에 띄는 곳이다.과테말라의 현 대통령은 가톨릭신도다.이 점이 교황이 첫 기착지로 과 테말라를 택한 이유인지도 모른다.
과거 가톨릭의 기반이었던 저교육층과 빈곤계층이 신교로 개정하는 비율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중남미 가톨릭교에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와중에 엘살바도르의 사이엔스 주교가 정부로부터 1백만달러이상의 성금을 받아 교회건립에 이용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변모하는 가톨릭교계를 떠나는 신도들의 이반에 무심하다는비난을 자아내고 있다.부유하고 권력있는 이들과의 결탁이 중남미가톨릭 신도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톨릭은 62년부터 65년까지 계속됐던 제2차 바티칸 공회의에서 중남미 해방신학을 인정하고 사회정의 구현을 위한 행동을 촉구한 결과 세 확장의 계기를 마련한 바 있다.그러나 탈냉전시대 가톨릭교는 마르크시즘과 결별하고 점차 보수화 경향을 보이면서 스스로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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