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통신>쇼트트랙 김소희 중국선수 견제 자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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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감독님,제가 중국선수를 맡겠어요.』 제3회 겨울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첫날 경기가 끝난 5일 밤.
여자쇼트트랙의 큰언니 김소희(계명대1)는 대표팀 전명규감독에게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이날 벌어진 쇼트트랙 남녀 4개종목에서 금메달을 모두 중국에빼앗긴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한국선수들은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기까지 했다.자칫하다 6일 벌어지는 6개종목에서도 홈링크의 중국에 금메달을 모두 내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기량은 중국과 막상막하였지만 한국선수들끼리 금메달을 놓고 벌이는 과도한 욕심이 화근이었다.5일 벌어진 여자 1천5백에선 한국선수 4명이 결승에 진출하고도 우리선수들끼리 다툼을 벌이다중국의 양양에게 금메달을 내주고 말았던 것.그러 나 전감독은 어린선수들의 성급한 욕심을 나무라기도 어려운 입장이었다.개인의명예와 포상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정을 잘 아는 김소희는 대표팀의 큰언니답게 메달욕심을 버리고 중국선수들을 견제하겠다고 나섰다.김소희는 90년 2회대회(일본 삿포로)때 한국팀에 첫 금메달을 안겼던 선수.
스스로의 약속대로 김소희는 6일 벌어진 경기에서 불꽃을 밝히는 양초처럼 역할을 다하고 후퇴했다.여자 3천결승.앞에서 레이스를 이끌어 중국선수들의 페이스를 흐트려 놓은뒤 뒤로 빠진 김소희는 중국선수들이 앞으로 치고 나오지 못하도록 교묘한 견제를펼쳤다. 김소희의 뒷받침으로 한국은 김윤미.원혜경.전이경이 나란히 금.은.동메달을 휩쓰는 쾌거를 이룩했다.그러나 아무런 메달도 따지 못한 김소희를 주목하는 사람은 물론 아무도 없었다.
하얼빈=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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