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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여성 안 찍어"는 편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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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 지난 7일 서울 명동에서 총선여성연대 회원들이 ‘잘 보자! 잘 찍자! 확 바꾸자!’를 캐치프레이즈로 한 선거참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김성룡 기자]

서울에 사는 주부 김혜영(43)씨는 이번 총선에서 여성 후보를 찍기로 마음먹었다. 결혼 이후 선거 때마다 가족과 상의해 투표했지만 이번만은 '독자 노선'을 걷기로 한 것. 金씨의 남편은 여성 후보가 남성 후보보다 미덥지 못하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金씨는 "상대적으로 '클린'해 보인다"며 여성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역대 총선에서 여성 유권자들은 어떤 행태를 보였을까? 여성이 여성을 찍지 않는다는 속설은 편견일까? 특히 16대에 비해 여성 후보가 두배(총 66명)로 늘어난 이번 총선에서 여의도로 입성하는 여성 후보가 얼마나 될지는 선거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여성 유권자는 많지만 투표율은 낮아=선관위 집계에 따르면 역대 총선에서 여성 유권자 수는 남성보다 많아 '여초'현상을 보였다. 이번 총선의 경우 여성 유권자는 전체의 50.9%,로 남자보다 61만여명 많다.

하지만 투표율에서는 역전현상이 나타난다. 6대(1963년)~16대(2000년) 총선에서 여성의 투표율은 1.3~4.8%포인트 남성보다 낮았다. 그러나 남녀간 투표율 격차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16대 총선의 경우 연령대별로는 20대 전반의 여성 투표율이 30.6%로 가장 낮았다. 이는 같은 연령대 남성 투표율(49.1%)의 3분의 2, 최고의 투표율을 보인 60세 이상 남자(83.1%)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여성이 여성 찍는다=16대 총선때 한국여성개발원이 실시한 조사(1000명 대상)에 따르면 여성유권자가 후보를 선택할 때 가족과 상의한 경우가 응답자의 30%를 차지했다.이는 남성의 24.7%에 비해 높은 수치다. 하지만 여성 유권자의 '가족 의존도' 또한 갈수록 낮아지는 경향이다. 이영란(숙명여대)교수가 83년 13대 대선 때 시행한 조사에서는 가족에게서 영향을 받았다는 여성 응답자(34.9%)가 남성(17.8%)의 두배 가까이나 높았던 것이다.

'여성이 여성을 찍지 않는다'는 속설도 사실과 맞지 않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한국여성정치연구소가 95년 지방의회 선거 이후 126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 후보를 찍었다는 응답은 27.7%로 낮았다. 하지만 여성 후보를 지지했다는 여성이 31%로 남성의 23.9%보다 높게 나타났다. 여성 정치세력민주연대가 16대 총선 때 여성 후보가 출마한 서울지역 7개 선거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여성 유권자가 여성 후보를 찍은 비율이 남성보다 1.58배 더 높았다.

한국여성개발원 김원홍 박사는 "유권자들이 원칙적으로는 여성 후보를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정치는 남자에게 더 적합하다는 이중 의식을 갖고 있어 여성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낮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金박사는 "여성이 당대표와 선대위원장 등을 차지하고 주요 당의 비례대표 1번이 모두 여성인 점 등이 유권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일조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는 확연히 달라진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상 처음으로 여성의원 비율 10% 넘어설 것"=역대 여성의원 수는 제헌의회부터 16대까지 통틀어 총 95명. 이는 전체의 2.4%에 불과하다. 특히 지역구에서 당선된 여성 의원 수는 고작 1~2명일 정도로 초라한 수준. 그나마 8.13대 때는 단 한명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 거는 여성계의 기대는 크다. 비례대표를 통해 전체 의석의 절반인 28명이 확보되는데다 지역구에 출마한 여성 후보 중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이도 상당수다. 16대 총선 때 한국여성개발원이 실시한 조사도 여성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 조사에서는 17대 총선에서 여성이 출마할 경우 남성 응답자의 85.3%, 여성의 90%가 "능력있는 후보라면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여성계는 이번 총선에서 최소한 40석은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는 전체 의석의 13% 수준. 이 경우 여성 의원의 비율이 처음으로 10%대를 넘어서게 된다. 세계 평균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12% 수준이므로 정치후진국이란 오명은 겨우 벗게 된다.

지난 7일 서울을 비롯 전국 25개 지역에서 투표 참여 캠페인을 벌였던 총선여성연대 김상희 대표는 "여성 유권자들이 투표에 꼭 참가해 여성파워를 보여주는 것 또한 여성의 지위를 높이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moonk21@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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