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블로그] 승용차 홀짝제 ‘20년 전’…가짜 번호판 달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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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급등에 따라 정부가 15일부터 819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공공부문 승용차 홀짝제를 시행키로 했습니다. 유가가 안정될 때까지 현재의 공공부문 승용차 요일제를 홀짝제(2부제)로 전환한다고 하는데요. 이 대책이 발표되자 네티즌 사이에서는 “늦게라도 정부가 잘 결정했다”는 찬성 의견도 있었지만 “전시행정 하지말고 관용차를 경차로 바꿔라” “차 두 대로 번갈아 탈 것이 분명하다” “88 올림픽 때 해봤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등의 반대 의견의 비율이 높았습니다.

한 네티즌의 댓글처럼 ‘승용차 홀짝제’는 1988년 9월 서울 올림픽 당시 시행된 바 있었습니다. 9월 15일부터 10월 2일까지 서울에서 실시됐죠. 그래서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 20년 전의 일이라 관련 기사를 쉽게 찾지는 못했는데요. 중앙일보 데이타베이스를 검색하니 이런 일들이 있었네요.

#홀짝 운행 속 위조 넘버

[사진출처=중앙DB]

홀ㆍ짝수 운행이 시민들의 협조로 잘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18일 승용차 운행을 위해 가짜번호를 달고 다니던 사람이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의해 공기호 부정사용법위반혐의로 입건됐다. 19일에는 홀ㆍ짝수에 관계없이 운행할 수 있는 운행증을 컬러복사기로 복사해 달고 다니는 사례가 발생해 서울시가 대책마련에 고심 중이다. 서울시와 시경은 이들 얌체족들의 운행 중 컬러복사가 형법상 어떤 범죄가 되는지를 법조계에 자문하는 한편, 불심검문으로 단속을 펴고 컬러복사기를 갖춘 기업들에 협조를 당부했다.

#승용차 홀짝수 운행에 예비차 인기

올림픽기간 중 자가용 승용차에 대한 홀ㆍ짝수 운행이 실시됨에 따라 예비 차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다. 이들은 자신의 승용차 번호와는 홀짝이 다른 차를 찾는 바람에 서울 장안평 등 중고차 매매시장에서의 중고 소형차 값이 최근 들어 20만∼30만원씩 올랐다. 이들이 주로 찾는 차종은 포니2 등 100만∼200만원 내외의 소형차로 올림픽기간 중 임시용으로 쓰기 위한 것이다.

20년이 지난 지금. 이때와 같은 일들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수법’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시행 대상’에 기대를 걸겠습니다. 1988년 당시엔 일반 시민을 상대로 홀짝제를 시행했지만 2008년에는 공무원을 상대로 시행하는 것이니까요. 나라의 녹을 먹는 분들께서 솔선수범하시리라 믿습니다.

이지은 기자

☞공공부문 승용차 홀짝제=공공부문 승용차 중 끝자리가 홀수인 차량은 홀수날에, 짝수 차량은 짝수 날에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출입을 못한다. 관공서나 공기업을 찾는 민간 승용차에 홀짝제를 적용할지는 이번 주에 관계부처 회의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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