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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준·김병국 교체는 강부자 부담 때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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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 04면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요즘 상한가다.

집권세력 실세로 부상한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내각이 한 달 가까이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에서 그의 발언엔 무게가 실린다. 그가 제기한 공기업 민영화 속도조절론과 대운하 포기, 쇠고기 수입 조기 고시는 그대로 국가 정책의 방향이 됐다. 이명박(MB) 대통령이 후보·당선인 시절에 비서실장이던 그와 귀엣말을 나누는 모습은 종종 언론에 등장했다.

그는 MB 정부 탄생의 최대 고비였던 지난해 경선 때 중립을 지킨 인물이다. 그런 그가 이재오 전 최고위원, 정두언 의원 등 이른바 ‘창업공신’이 사라진 권력 진공 상태에서 국정을 주도하는 신(新)주류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청와대 개편 때는 인사 작업을 그가 총괄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이런저런 궁금증을 가지고 지난 1일과 2일 두 차례 그를 만났다. 최근 말을 아껴온 임 의장은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대통령은 자주 보나.
“청와대는 주로 대통령보다는 수석들을 만나러 간다. 대통령도 필요하면 신청해 만난다.”

-대통령이 촛불시위로 근심이 클 텐데 요즘 주로 누구 얘길 듣나.
“여러 사람 얘기를 듣는다. 그런데 전부 자기 입장에서 얘길하니까…. 누구보다 많은 정보를 접하고 있으니 잘 판단하실 것이다.”

-인사 실세가 맞나.
“자꾸 그런 얘기들을 하니 곤혹스럽다. 대통령이 몇 차례 (인사 대상자인) 특정 인물을 얘기하면서 ‘임 실장도 좋게 얘기하던데’라고 언급한 게 그런 인상을 준 것 같다. 지난 총선 때의 역할 때문에 오해가 생긴 부분도 있다. 그 당시 수도권·영남권 낙천자들이 대거 출마 움직임을 보였다. 내가 그들을 만나 ‘왜 앞으로 일할 기회가 없겠느냐’며 설득해 주저앉히는 일을 맡았다. 선거를 마치고 그 사람들 희망을 받아 리스트를 만들어 정무수석에게 전달한 적은 있다.”

-곽승준 전 국정기획수석은 당과 정책 방향을 달리해 경질됐다던데.
“자꾸 그렇게들 얘기해 곽 전 수석이 (나한테) 섭섭하게 생각할 것 같다. 그런데 아니다.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강부자(강남 땅부자)란 말이 자꾸 나오던 상황이었다. 그가 재산이 많지 않나. 김병국 전 외교안보수석도 그런 차원이고. 잘잘못보다는 분위기 쇄신을 위해 대폭 개편을 선택한 것이다. 나중에 필요할 때 다시 부르면 되니까 대통령이 큰 부담을 갖지 않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후보로 많이 거명됐는데.
“당시 국회의원들은 출마하는 걸로 자연스럽게 정리가 됐다. 대통령이 우스갯소리로 그런 얘긴 했다. 나하고 권택기·강승규 등 있는 자리에서 ‘대통령만 남겨놓고 출마만 하려고들 하면 어떻게 하나. 일할 사람은 좀 남아야지’라고. 그냥 일반론이었다.”

-박영준 전 비서관은 남지 않았나.
“박영준에 대해 사실 나는 청와대에서 쓰면 안 된다고 했다. (대통령과)특수 관계인 사람은 저런 상황(정두언 의원의 권력 사유화 공격)이 생길 수 있어 당으로 가는 게 맞다고 얘기했다. 설사 청와대에 두더라도 절대 인사 쪽에 배치해서는 안 된다고 건의드렸다. 그런데도 인사를 좌지우지한 것처럼 돼서 경질됐다. 실제 그러지도 못했는데.”

-실제 그랬던 것 아닌가.
“이 대통령 만드는 데 도움을 준 사람들을 정권 초 주요 포스트에 쓰는 구조 아니었나. 그런데 캠프에서 사람들의 역할을 가장 잘 아는 인물이 박영준이었다. 제일 잘 알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측면은 있다. 대통령도 제일 격의 없이 일을 편하게 맡길 수 있는 사람으로 그를 생각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는 뚝배기 된장 스타일이다.”

-앞으로 공기업 인사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는데.
“지금 정부가 인사 트랩(덫)에 빠져 있다. 장관들이 실질적 권한을 가지고 인사를 하는 게 맞다. 청와대는 인사 방향하고 도덕성 검증 정도만 해야 한다. 누구를 적극적으로 되게 하는 게 아니라 부적합한 사람을 막는 역할만 해야 한다.”

-그래도 인사가 청와대 힘의 근원인데.
“그걸 놓을 때 청와대가 제대로 돌아간다.”

-대선 공약으로 공기업 민영화를 내세웠다가 지금 와서 후퇴하는 건 문제 아닌가.
“지금 일각에서 얘기하는 민영화는 이런 식이다. 공기업을 횡(橫)으로 세워 ‘A사=3년 내 민영화, B사=5년 내 통폐합’ 식으로 전체 마스터플랜을 마련해 밀고 나가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 경우 저항도 심하고 여러 문제가 생긴다. 나는 공기업을 종(縱)으로 세워 민영화하자는 것이다. 민영화 효과가 확실한 회사부터 차례로 하면 된다.”

-소극적 입장은 틀림없는 것 같다.
“서비스 가격을 시장에서 자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허용하지 못한다면 그 회사의 소유권을 팔아넘기는 민영화는 해서는 안 된다. 한전처럼 민영화해 놓고 요금은 계속 정부가 관여하면 뭐 하러 하나.”

-지방 이전대상 공기업인 주공·토공·가스공사 등이 모두 지역구인 분당에 있는데 어떤 입장인가.
“혁신도시다 뭐다 해서 노무현 정부 시절에 땅 사는 데 67조원인가를 썼다. 하지만 낙후 지역에 기업 한두 개 옮겨 놓는다고 뭐가 달라지나. 이 문제는 일시에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전반적으로 다시 논의해야 한다. 그렇게 안 하면 큰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다.”

-쇠고기 고시를 너무 빨리 한 것 아닌가.
“미국과의 합의에 따라 고시하지 않으면 합의문 발표를 못하도록 돼 있었다. 지난달 25일 수요일에 총리 공관에서 회의할 때 그 주를 넘겨 관보 게재를 하자는 주장이 있었다. 하지만 이미 준비가 다 돼 있었고, 근거 없는 악소문이 일부 언론을 통해 퍼지고 있었다. 즉각 고시하고 원문 공개 안 하면 주말을 지나면서 의혹이 일반화된다고 나는 주장했다. 근거 없는 의혹은 정부 설명보다 빨리 퍼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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