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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kg 배터리 무게에 긴 충전시간 걸림돌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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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 22면

GM 시보레 볼트

1873년 영국에서 탄생한 전기자동차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획기적인 기술 진보를 이룬 가솔린차에 밀리고 만다. 시장에서 사라졌던 전기차가 다시 출현한 것은 1990년대 초 전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부터. 제너럴모터스(GM)가 ‘EV1’을 내놓는 등 미국·일본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최고 시속 100㎞ 안팎의 전기차를 출시했다.

‘최고의 효율’ 전기자동차

다만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시설이 부족한 탓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기름값이 뛰면서 전기차 기술도 진보했다. 전기차의 대명사로 유명한 미국 테슬라모터스의 ‘로드스타’는 1회 충전으로 356㎞를 주행할 수 있다. 최고 시속도 200㎞은 넘고 배터리 교체 주기도 5년으로 비교적 길어졌다.

전력으로 전동기를 돌려 주행하는 전기차는 배기가스가 전혀 없으며 소음과 진동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전기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변환하는 에너지 효율이 80.9%로 가솔린차(14.7%)보다 높다. 클러치·변속기 같은 복잡한 장치가 없어도 엔진 출력을 조절하기 쉽다. 유지비도 저렴하다. 플러그인 전기차의 경우 450㎞를 주행하는 데 전기요금이 약 5600원으로 기존 휘발유의 10분의 1수준이다. 국산 전기차 ‘이존’을 개발한 CT&T 관계자는 “하루 평균 40km 운행시 이존의 월 유지비는 1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최근엔 정부와 기업들이 전기차 개발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지난달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존 매케인이 획기적인 자동차 배터리 기술 개발에 3억 달러의 상금을 내걸어 화제가 됐다. 매케인은 “(3억 달러는) 미국 국민 1인당 1달러씩만 부담하면 되는 작은 액수다. 석유 의존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역설했다.

일본은 우체국 배달용 차 2만 대를 전기차로 개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베터레이스와 손잡고 오는 2011년까지 전기차 충전망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카를로스 곤 닛산 회장은 2010년 한번 충전으로 160㎞까지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가 상용화하는 데 가장 큰 문제는 에너지의 공급원인 배터리다. 배터리 무게를 줄이고 충전시간을 짧게 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로드스타’만 해도 배터리 무게가 400㎏이나 된다.

충전시간도 3시간이 넘게 걸린다. 대당 1억원을 호가하는 차값도 부담스럽다. 국내에서도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개발에 나섰다가 배터리 문제로 포기한 적이 있다. 아직 국내에서 전기차는 공장·골프장·공항 등에서 이동용 차량으로 활용하고 있는 수준이다.

남광희(전기공학과) 포항공대 교수는 “전기차는 충전소 구축에 큰 비용이 들지 않고 최근엔 배터리 기술이 크게 좋아졌다”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 전기차량의 배터리 급속충전 장치를 설치하면 전기차 보급률이 높아질 수 있다. 아울러 한국도 유망시장에서 좋은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 충전소가 보급되는 데만 30년가량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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