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 “시국미사, 빨갱이 오해 소지 있기 때문에 오래 끌면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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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 전 서강대 총장은 “촛불시위는 순수한 항거이며 정부가 악의가 아니더라도 잘못한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박 신부는 5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에 대해서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너무 오래 계속하는 것은 안 좋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정부와 정치계가 감당을 못하니까 (사제단이) 촉매 역할을 하려고 들어간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을 본다”고 말했다. 또 “물과 불이 부닥치고 만나면 한쪽이 죽던지 죽이든지 하게 되지만 솥이 들어가면 찌개백반이 된다. 그런 것 하려고 신부들이 중재역할을 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계기에 인간 생명과 관계되는 음식문화의 질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미국이란 나라는 가만히 보면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그런 경향이 있다”며 “이번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런 질적인 대응책이 참 부실했다고 본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의 책임도 물었다. “새 국회가 시작됐는데 국회의원들은 국회로 들어가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문제의 뿌리를 지적하고 거기에 창조적 답을 만들어 내야 하는데 안 하고 있다. 국회의원들 월급도 주지 말고 무노동 무임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계기를 통해서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종교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치 충돌을 현명하게 질적으로 풀어 나가는 이런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때”라며 “열매를 보고 나무를 알라는 말이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두 세번 굽실거리고 잘못했다고 말로만 잘못했다고 하고 비슷한 것을 되풀이하면 국민들이 불신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박 신부는 이 대통령에 대해 “어떤 나라든 대통령 혼자서 그 시대 인간 및 사회 문제를 푼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라며 “자동차 엔진은 바꿔졌지만 바퀴는 그대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청와대 수석과 내각, 여야가 힘을 합쳐 민족ㆍ교육ㆍ문화ㆍ통일 문제의 답을 찾아서 진지하게 나간다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과격화 양상을 띠고 있는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이것 갖고 또 정부에선 공안정국해서 너무 나가는 것도 안 좋다”고 말했다. 또 “사제단은 솥 역할을 맡았으며 그런 역할은 양쪽에서 욕 바가지로 얻어 먹을 수 있지만 신부가 시위 나가는 사람들에게 절대 비폭력을 당부하는 것은 신부로서 잘 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부들이 빨갱이 아니냐 이런 오해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쇠고기 문제만 딱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오래 계속하는 것 안 좋다. 침을 놓을 때 한 달 두 달 침을 계속 꽂아 놓는 것이 아니라 딱 금침을 한방 놓고 결과를 기다린다. 치료가 목적이니까 소금 역할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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