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 성과 거두도록 유엔, 지원·협조 다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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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右>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4일 밤 청와대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사진=김경빈 기자]

방한 이틀째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4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4월 이 대통령 방미에 이어 두 번째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낳은 유엔 사무총장의 첫 방문에 국민의 기대가 크다”고 환영한 뒤 “향후 한국이 유엔을 비롯한 국제무대에서 보다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기여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반 총장은 “한국의 외교 노력이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필요한 지원과 협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두 사람은 기후변화와 식량위기, 개발협력 등 국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반 총장은 앞서 외교부 청사에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회담한 뒤 한승수 국무총리와 만났다. 대통령과 총리, 외교부 장관을 한 번 방문에서 모두 다 만나는 것은 외국 정상이라도 하기 힘든 이례적 의전이다.

반 총장은 한 총리와 면담한 뒤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에서 내외신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촛불시위는) 한국 정부와 국민이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안녕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책임은 중요하다. 동시에 국민이 정부를 적극적으로 믿고 정부가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국제 기준이나 합의를 지켜나가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어 “북한도 인권 개선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게 내 입장”이라며 “전 세계의 인권 신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으며 여기엔 북한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면목 없게 된 국회=반 총장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후변화와 새 천년 개발목표’란 주제로 연설했다. 그는 연설에서 “기후변화는 위급한 문제로 정치적 의지를 갖고 노력해야 한다”며 “한국의 지도자뿐만 아니라 전 세계 지도자에게 기후변화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을 촉구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한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과 선진국들은 산업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역사적인 책임이 있다”며 “책임의식을 갖고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사무처는 당초 반 총장이 국회의장실을 방문하는 일정을 마련했지만 국회 공전으로 국회의장을 뽑지 못하는 바람에 취소됐다. 반 총장은 대신 의원회관 로비에서 의장 내정자 신분인 김형오 의원과 인사를 나눴다. 김 의원 측은 “외교적 결례를 한 셈”이라며 “반 총장이 의장실에서 원내대표들과도 만났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글=최상연·고정애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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