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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139) 서울 노원을 민주당 임래규 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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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는 1만 달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기업·노동자 등 모든 경제 주체들이 지혜를 모아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더 이상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도록 내버려 둬선 안 돼요.”

서울 노원을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출사표를 던진 임래규(59) 후보는 “지금 같은 탄핵 정국에도 민생경제를 챙길 사람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경제 부처에 오래 근무하면서 쌓은 경험이 지금 크게 활용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빚 갚을 능력이 없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12%에 달합니다. 게다가 높은 인건비 때문에 기업들이 줄줄이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고 있어요. 우리는 지금 2만 달러, 3만 달러 국가로 도약해 명실상부한 선진국의 대열에 끼느냐 아니면 중남미 일부 국가들처럼 답보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이런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정치권이 당파를 떠나 힘과 지혜를 모아야 돼요.”

임 후보가 출마하는 노원을은 ‘정치 신인들의 각축장’이다. 그를 비롯해 한나라당·열린우리당 등 주요 3당 후보들이 저마다 정책 전문가임을 내세우며 인물 대결을 벌이고 있다. 임 후보는 경제정책을 다루던 관료로서의 경험과 기업인으로서 경제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쌓은 경험을 접목해 경제난 극복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31년의 공직생활을 마감한 그는 은(銀) 용액 제조기 업체인 코코실버의 회장이다.

“반생을 국가산업 발전을 위해 일했습니다. 그동안 쌓은 지식과 경험을 이제 노원지역 발전에 활용하려고 합니다. 정치에도 경영 기법을 도입해야 돼요. 이제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실천해 나가는 정치인이 필요합니다.”

서울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나온 임 후보는 행정고시 출신이다. 문화공보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지만 공업진흥청·통상산업부 등에서 주로 일했고, 특허청장을 지낸 ‘통상 맨’. 통산부 중소기업국장으로 있을 땐 중소기업청 신설을 총괄했다. 김영삼 정부 땐 소위 ‘신경제 창출’멤버로 참여해 현 산업정책의 골간을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그는 특허청장 시절 특허청이 기획예산처가 해마다 지정하는 혁신 우수기관으로 뽑혀 공공부문 혁신 대상을 수상한 것을 공직 생활의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긴다고 털어 놓았다.

“규제 행정의 시대는 이제 끝났습니다. 이후로 정부의 역할은 글로벌 시장경제 체제에서 기업들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그쳐야 돼요. 공공 기관들도 변하는 대외 여건에 맞춰 행정 서비스를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오랜 공직생활 경험을 토대로 그는 조직이 경쟁력을 갖추는 데는 3C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객(Customer), 경쟁(Competition), 변화(Change)가 그것. “나의 고객은 누구이고, 그들의 필요와 기대는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그는 “무엇보다 고객은 외부뿐 아니라 조직 내부에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정부의 장·차관 등 조직의 상급자들은 외부 고객과 접촉하는 내부 성원들을 고객으로 여기고 이들의 필요와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며, 그럴 때 외부고객을 위한 만족행정이 이루어진다는 것.

▶ 임래규 후보의 아호는 해사(海史)이다. 그의 필명이기도 하다. 평생 수집한 500여 편의 유머 중 150편을 골라 그는 ‘해사 유머모음집 봉수야!’를 냈다. 그는 복잡한 세상에서 유머 감각을 유지하면 삶이 풍요로워진다고 주장했다. 그의 유머집에 실린 것 중 절반 가량은 걸쭉한 음담(淫談)이다. 그래서 ‘19세 미만 불가’라고 표시돼 있다. 그는 해학과 위트가 뛰어나 일반적인 외설서와는 ’격‘이 다르다는 평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진=지미연 월간중앙 기자

“정치권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치 서비스의 공급자인 정치인들도 서비스의 수요자인 고객의 요구를 잘 파악해야 돼요. 국민들이 뭘 바라고, 요구하는지 항상 귀를 기울어야죠. 그런 점에서 이번 탄핵 소추는 잘못입니다. 국회의원들이 민의를 무시했으니 고객관리를 잘못한 거죠.”

민주당을 택한 건 상해 임시정부 이후 유일하게 정통성을 이어온 정당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정통성이 있는 민주당이 새 정치를 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핵 정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더 겸허한 자세로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변화와 개혁을 주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임 후보는 공무원 시절 풍류를 아는 관료라는 소리를 들었다. 두주불사(斗酒不辭)형에 서예를 즐기고, 좌중을 휘어잡는 만담(漫談) 실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국마차회’(국민의 정부 마지막 차관 모임)에선 ‘엔돌핀 의장’으로 통했다. 그의 이런 면모는 지난해 ‘해사유머경영연구원’ 설립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해사 유머모음집 봉수야!’를 출간했다. 해사(海史)는 그의 아호이자 필명.

“복잡한 세상에서 유머 감각을 유지하면 삶이 풍요로워 집니다. 유머 감각은 기업 경영에도 필요해요. ‘유머 경영’을 하면 생산성 향상은 물론 노사 화합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그는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 대상자에 올라 있다. 특허청장 재직 당시 산하 단체인 한국발명진흥회 관계자로부터 발명회관 지식알선센터 설립 예산 확보를 위한 로비 자금 명목으로 300만원을 받았다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셋방살이를 하고 있던 20여 유관 기관·단체의 구심점으로 해당 건물을 마련하면서 수혜자 부담의 업무 추진비를 물렸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예산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특허청장이 쓸 수 있는 업무추진비가 부족해 한국발명진흥회측에 비용 일부를 분담시켰다는 것. 지역 유권자들이 이 대목을 어떻게 판단할지도 주목거리다.

당 정책위 부의장도 맡고 있는 임 후보는 지역구인 노원을에 대해선 ‘영세층과 중산층으로의 양극화가 뚜렷한 지역’이라고 규정했다.

“영세층의 기초 생활이 보장돼야 합니다. 등원하면 이들을 위한 기초생활 수준 보장, 임대 아파트 주거여건 개선 등을 추진하겠습니다. 중산층을 위해선 지역 브랜드와 자산가치를 높이는 문화산업 복합공간을 만들어 노원을 강북의 문화 도시로 만들겠습니다.”

김미정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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