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민주항쟁 소재 노래 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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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한동안 대중예술계,특히 가요계에서 광주는 금기된 소재였다.대학가나 시위현장에서 당시의 비극을 폭로하는 저항가요들이 불려졌지만 엄격한 의미에서 볼때 그것은 대중의 가슴보다 머리에 호소하는 정치적 「구호」에 가까웠다.
최근 광주 민주화항쟁을 소재로 한 대중가요들이 잇따라 나오고있다.이 노래들은 총과 탱크를 앞세워 권력을 찬탈한 전직대통령의 구속.기소등 사법절차와 시기적으로 맞물려 눈길을 끈다.대중가요계에서 광주란 소재가 「해금」되기까지 80년 5월 그날로부터 무려 15년이상의 세월이 걸린 셈이다.
남성듀엣 「빛과 소금」은 최근 완성한 5집음반 표지에 5.18당시 시가전의 무대가 됐던 광주시내 지도를 그려 놓았다.
여섯번째곡 『슬픈 노래』는 항쟁과정에서 희생당한 아들의 무덤에서 눈물 흘리는 어머니의 비감을 노래한 곡.잔잔한 어쿠스틱 기타와 신시사이저 반주를 깔고 나오는 낮은 목소리가 듣는 이의가슴을 애절하게 파고든다.
「빛과 소금」5집에 함께 담긴 『감출수 없는 진실』과 『두눈을 떠보니』는 남녀의 사랑을 소재로 한 것처럼 보인다.하지만 가사를 한번 더 음미해보면 독재자들의 허위와 권력자에게 아첨하는 시류를 풍자한 곡임을 알 수 있다.
지난해 말 발표돼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는 헤비메탈 밴드 블랙홀 4집 『메이드 인 코리아』에는 보다 긴장감 넘치게 광주를표현한 노래가 수록돼 있다.여섯번째곡 『마지막 일기』는 시민군에 가담,마지막까지 전남도청에 남아있다 숨진 한 고교생의 일기를 노래로 옮긴 것.『사실 두려워요/내게 다가올 시간이』라고 하소연하면서도 『먼저 떠난 친구들의 눈물이 생각이 나요』라며 각오를 다지는 어린 시민군의 심경이 비장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메탈 반주로 표현돼 있다.블랙홀의 리더 주상균은 『마지막까지 도청을 지키던 한 고교생이 「어머니,어머니 사랑합니다」라고 쓴쪽지가 계엄군의 점령후 발견됐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노래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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