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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변화하는여성>4.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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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하늘의 절반은 여성이 떠받치고 있다(婦女能頂半邊天)」「음(陰)이 성(盛)하고 양(陽)이 쇠(衰)한다(陰盛陽衰)」.
개혁.개방의 변혁기를 살고 있는 대륙 여성들의 삶은 이 두마디로 대변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하늘의 절반은 여성」이라는마오쩌둥(毛澤東)의 말 한마디가 「삼종사덕」(三從四德)을 절대가치로 여겨온 유교문화 발원지 중국에서의 여성 을 해방시켰다.
또 덩샤오핑(鄧小平)이 추진한 개혁개방 17년은 여성의 사회적지위와 역할면에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중국 경제가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최근 몇년간 도시지역 중국여성들이 실생활에서 겪는 변화는 그들 스스로도 『현기증을 느낀다』고 표현할 만큼 급작스러운 것이다.대부분 직장생활을 하는도시 여성들의 경우 우선 손에 쥐는 소득이 늘어 나면서 실생활의 변화와 함께 시장경제 전환과정에서 나타나는 예기치 못했던 새로운 환경들이 자신들을 압박한다고 느끼고 있다.
베이징(北京) 건설은행에서 일하는 차오칭(曹淸.32)은 『작년 봄 쓰촨(四川)성에서 돈벌이 나온 아줌마를 가정부로 들여 앉힌후 가사부담이 한결 줄어들었다』고 자랑한다.
지난 87년 은행에 들어갈 당시 5백위안(약 5만원)에 불과하던 월급(보너스제외)이 현재는 1천5백위안(15만원)으로 늘어나 의류회사에서 근무하는 남편 봉급과 합하면 월3천5백위안(35만원)정도.그중 가정부에게 매달 2백위안(2만 원)을 주더라도 별 지장이 없다는 얘기다.
때문에 퇴근후 국민학교 1학년 아들 공부 챙겨주는 일외에는 특별히 할일이 없다.남편이나 직장동료들과 어울려 외식을 즐기는횟수는 주 2회 정도.
베이징의 한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장친화(張沁華.27)는 가정부를 둘 형편은 못 되더라도 과거에 비해 생활이 윤택해진데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주간.야간.비번으로 3교대되는 병원 근무의 특성 때문에 남편과 휴일을 함께 보낼 기회가 적어 불만입니다.
빨래.청소.요리 등은 오후6시에 집에 들어오는 남편이 대부분떠맡고 있지요.』 똑같이 직장생활을 하는 마당에 부부가 가사를분담해야 하고 직장 여건상 시간이 많은 쪽이 남편이라면 그가 가사노동을 조금 더 책임지는 것도 당연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들의 말처럼 중국의 젊은 여성들은 소득이 늘어나면서 외식과 휴일을 즐기려는 추세다.또 화장품과 의복구입에 드는 비용이과거에 비해 훨씬 많아졌다.정확하지는 않지만 한달 급여중 3분의1정도를 화장품.의복구입에 사용한다.
80년대 중반만 해도 기초 화장품외엔 엄두도 못냈지만 지금은무엇을 고를까로 고민하고 있다.
20~30대의 젊은 여성중에는 단순히 직장생활을 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위험이 따르더라도 성취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종에 도전하고 있다.
2년전 베이징대 역사학과를 졸업한 펑젠후이(彭建慧.25)는 졸업 직후 연구기관에 배치돼 일을 했지만 지난해 가을 친구와 함께 조그만 무역회사를 차려 운영하고 있다.
『연구소에 있으면 봉급은 비록 적더라도 국가에서 대부분 책임지니까 안정적 생활은 가능하죠.하지만 너무 따분하고 재미가 없잖아요.그런데 사업하는 대학 동창들은 2년새 돈도 엄청 벌고 사람이 달라져 보였어요.』부모가 보태준 돈과 은행 대 출금등 1백만위안(약 1억원)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한달 평균 2만~3만위안(2백만~3백만원)의 순수익을 내고 있다.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온 업종에 과감히 도전해 성공한 케이스다.
반면 암울했던 문화혁명 시기를 체험했던 중년 여성들은 또 다르다. 중국 항천부(航天部)에서 32년간 직공으로 근무하는 저우리메이(周麗美.49)는 『80년대 후반 냉장고.TV.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구입한 이후 가사노동에 대한 부담이 훨씬 줄어들었다』고 회고했다.그러나 『사회는 급격히 변화하는데 그 런 변화를 쫓아갈 수 없어 무력감을 느낄 뿐만 아니라 머지않아 도태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에 불안하다』는 게 그의 속마음이다.
***이혼율 급격히 증가 중국경제가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포기하고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면서 대륙 여성들에게 새로운 부담과 압력이 가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대학졸업후 국영기업에서 일하다 1년전 미국계 회사로 옮긴 정리링(鄭麗玲.25)의 체험담.
『국영기업에서 일할 땐 직원들 숫자도 많고 또 특별히 할 일도 많지 않아 회사생활에 대한 부담은 없었어요.한데 미국회사는일에 대한 부담이 너무 많아요.한번은 월말 판매량 통계치를 집계하다 시간이 늦어 퇴근했는데 다음날 미국인 매 니저가 책임을완수하지 않았다며 감봉처분을 내리더라고요.』 이는 최근 중국내기업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사회주의 계획경제체제에선 일단 취업만 하면 퇴직할 때까지 회사가 모든 것을 책임졌지만 경쟁을 원칙으로 한 시장경제에선 통하지 않는 것이다.
개혁.개방의 바람이 대륙의 여성사회에 던진 문제는 또 있다.
매춘을 비롯해 가라오케.사우나등 힘 안들이고 큰 돈을 만질 수있는 향락산업에 뛰어드는 여성 인구의 급증이 대표적이다.
***농촌여성은 끼니 걱정 여기에 갑자기 떼돈을 번 졸부들 사이에선 정부(情婦)를 두는 것이 당연한 일로 치부될 정도여서이를 주제로 한 TV연속극이 대륙 여성들의 분노와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중국의 이혼율이 최근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도 이러한 부 작용들과 무관치 않다.베이징시만 하더라도 94년한해 24.5%의 이혼율을 기록해 4쌍중 한쌍이 이혼한 것으로집계되고 있다.
8억명이 운집해 있는 농촌지역 여성은 도시 여성과는 천양지차다.아직도 끼니때우기에 급급,여가생활이란 그저 이상에 불과하다.남존여비(男尊女婢)의 전통관념으로 여성에 대한 폭력은 물론 여성 인신매매.여아(女兒)살인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무튼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중국사회의 변화에 대륙 여성들은 당혹감속에서도 빠른 속도로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문일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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