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펀드 ‘나홀로 고공 질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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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슬금슬금 오르더니 어느새 70%를 넘어섰다. 원자재 관련 펀드의 1년 수익률 얘기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미래에셋맵스로저스Commodity인덱스 파생상품1(B 클래스)’의 1년 수익률(2일 기준)은 70.81%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창 기세를 올리던 중국·인도 펀드를 보는 듯하다. 하지만 중국·인도 펀드가 그렇듯 ‘뒷북·몰빵’ 투자는 커지는 위험도 함께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인플레이션 수혜=올 초 원자재 관련 펀드 수익률이 급등하자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지나친 급등이 거꾸로 급격한 하락을 불러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1~2주 정도 잠시 조정을 받고서는 다시 성큼성큼 뛰어올랐다. 4~5월 잠시 반짝했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깊은 침체에 빠진 주식형 펀드와의 수익률차는 훌쩍 벌어져 버렸다.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이후 국내와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각각 -11.43%, -17.14%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미래에셋맵스로저스Commodity인덱스파생형은 36.2%다. 다른 원자재 펀드들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경우는 없다.

원자재 가격을 보면 이유를 금세 알 수 있다. 미국 정부가 투기세력을 뿌리 뽑겠다고 으름장을 놓아도 유가는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 한달간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옥수수 가격은 21.59% 상승했고, 소맥과 대두는 각각 14.23%와 11.65% 올랐다. 원자재 가격 급등이 멈추지 않는 이상 관련 기업 또는 지수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도 고공행진을 펼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메리츠증권 박현철 펀드 애널리스트는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에 따르면 상품가격이 내년에야 소폭 하향 안정될 전망”이라며 “분산투자를 위한 대안펀드로 편입하는 것이 유용하다”고 말했다.

◇가격 하락시 위험도 커=원자재 펀드라고 다 고수익을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도이치운용의 ‘도이치DWS프리미어에그리비즈니스주식형’의 경우 연초 이후 수익률은 겨우 원금 손실을 면한 정도다.

차이는 펀드가 투자하는 대상에서 나온다. 원자재 펀드는 관련 지수로 이뤄진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파생상품형과 원자재 관련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으로 나뉜다. 원자재 가격 자체가 급격히 뛰면서 파생형의 수익률이 훨씬 높은 편이다. 반면 주식시장 자체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주식형은 각국 증시가 고꾸라지면서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수익률이 높다고 고수익을 노린 ‘몰빵’ 투자는 위험하다는 지적도 많다. 원자재 가격은 워낙 급등락이 심하기 때문이다. 기름 값만 해도 연내 배럴당 200달러가 넘어갈 것이란 전망과 100달러 아래로 급락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하반기 각국 금융 당국의 정책 공조로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면 원자재 시장으로 몰린 투자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갈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펀드리서치팀장은 “최근 상품시장에서 종목별 가격 차별화가 분명해지고 있다”며 “상품펀드는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한 대안 펀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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