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업고문 '쉬는 자리'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기업들이 퇴직전후의 임원을 대상으로 「자문역」「고문」「상담역」등의 직제를 신설하거나 활성화하고 있다.퇴직임원들에게 전직(轉職)준비기간을 주거나 2선으로 후퇴한 임원들의 경험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임원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자문역 등으로 발령내는 경우가 늘어 이 제도가 임원 감원을 위한 대기발령 방법으로 이용된다는 지적도 있다.
쌍용그룹은 올해부터 퇴직한 임원중▶사장급 이상은 고문으로▶전무급 이하는 자문역으로 위촉하는 제도를 새로 만들어 시행에 들어갔다.쌍용은 이 제도가 퇴직임원들의 경험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문과 자문역에게는 원칙적으로 1년 에 한해 재직 때 월급(보너스 제외)이 지급되나 다른 직장을 찾을 경우에는 그때부터 월급 지급이 중지된다.
쌍용은 작년말 인사 때 33년간 근무한 이동백(李東白.62)쌍용양회부사장을 이회사 고문으로 추대했다.삼성그룹은 상담역(사장급 이상).경영고문(대표이사 부사장).자문역(부사장 미만)등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상담역은 2년,경영고문과 자문역은 1년으로 정해져 있으나 회차에 관계없이 연임도 가능하다.대표적인삼성의 전문경영인 이었던 경주현(景周鉉.56)씨가 지난해 12월 인사에서 상담역으로 일단 경영일선에서 비켜섰다.삼성전관의 김정배(金正培.65)상담역은 삼성전 관 사장을 역임한뒤 92년초부터 상담역으로 4년째 근무중.그는 일본통으로 기술.판매 등에서 일본내 인맥이 든든해 회사측이 잡아 두고 있다.
삼성은 상담역,경영고문과 자문역의 경우 직전 월급의 80%를지급했으나 올해부터는 1백%로 상향조정했다.보너스도 8백50~9백50%를 주고 있다.
대우그룹은 현직 사장급 이상은 고문,부사장 이하 임원은 상담역으로 발령 내 퇴직에 앞서 전직 준비기간을 준다.기간은 1년이 원칙이며 연장도 가능하다.봉급과 처우는 그 직전 직위 때와똑같다. 대우는 이런 고문과 상담역제도를 2년전부터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퇴직한 임원을 대상으로 대표이사급은 상담역,부사장이하 임원은 자문역으로 위촉하고 있다.상담역에게는 재직 때 월급의 1백%와 사무실.차량도 지원한다.
현대그룹의 경우 해외통인 이춘림(李春林.65)전 현대종합상사회장 등이 연초에 그룹 고문으로 위촉됐다.
LG그룹은 고문은 퇴임 사장,자문역은 퇴임한 부사장 이하 임원중에서 각각 위촉한다.작년 연말인사 때 김민희(金敏熙)전 LG애드사장과 김영태(金永泰)전 LG EDS시스템 사장을 모두 고문으로 추대했다.그러나 퇴직이 확정돼 상담역 등 으로 발령났다가 다시 기용된 사례도 있다.
해사(海士)출신인 이봉희(李鳳熙)대우중공업 특수부문 사장은 대우중공업 조선부문 부사장에서 상담역으로 발령났다가 작년말 인사 때 사장으로 복귀했다.
이상일.고윤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