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최욱철.박일의원 면담-DJ특명 "홍준표 혼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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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6일 아침 대전동을지구당 창당대회에 내려가기 전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는 박지원(朴智元)대변인에게 한가지 특명을 내렸다.최근 신한국당(가칭)에 입당한 홍준표(洪準杓)변호사를 『어떤 일이 있더라도 혼내주라』는 것이다.
洪변호사의 전날 입당발언중 대선자금부분이 계기가 됐다.洪변호사는 『도둑이 물건을 훔친 뒤 자기집안에 분배하는 것과 자기를잡으러 온 형사에게 주는 것은 다르다』며 『3당합당으로 한 가족이 된 여당에게 준 것은 집안식구끼리의 문제』 라는 옹호론을펼쳤다. 당초 부대변인 논평 정도로 공박하려 했던 대변인실에 金총재는 『朴대변인이 직접 나서 문제제기하라』고 지시했다.
朴대변인은 즉각 『洪씨의 해괴망측한 논리대로라면 현정권은 장물을 나눠먹은 한패』『늘 자기인기만 노려온 표적사정의 홍위병』이라며 장황한 흠집내기 공세를 펼쳤다.
金총재의 이같은 「홍준표 죽이기」지시에는 몇가지 요인이 있다는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우선 슬롯머신사건과 관련,박철언(朴哲彦)전의원에 대한 수사를맡았던 「검사 홍준표」에 대해 金총재는 『여자문제까지 들춰 표적수사의 선봉에 선 사람』이라며 『더티(Dirty)하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그를 혹평해왔다는 것이다.
여기에 洪변호사가 출마할 지역구로 알려진 서울송파갑 국민회의김희완(金熙完)위원장에 대한 총재의 총애도 가세했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
이민우(李敏雨)신민당총재비서로 정치를 시작한 金위원장은 자신과는 지역.정치적으로 별 연(緣)이 없는데도 분당(分黨)등 격변기마다 변함없이 자신을 따라주었다.조순(趙淳)서울시장후보 캠프의 기획단장으로 승리에 공헌한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국민회의측은 총재의 뜻에 맞춰 향후 洪변호사의 일거수 일투족에 파상공세를 퍼부어 『한국의 피에트로』에서 『표적사정의 홍위병』으로 격하시킨다는 전략이어서 洪변호사의 외로운 맞공세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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