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앞 사제단 천막 강제철거 해? 말아? … 곤혹스러운 서울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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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 새로 천막을 설치하자 서울시가 곤혹해하고 있다. 사제단 소속 신부 10여 명은 지난달 30일 밤 시국미사와 거리행진을 마친 뒤 단식농성에 들어가면서 서울광장 동쪽에 대형 천막 한 동을 설치했다. 서울시가 지난달 28일 서울광장에서 천막 20여 동을 철거한 지 이틀 만에 다시 천막이 들어선 것이다.

이상철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1일 사제단을 찾아가 구두로 자진 철거를 요청했다. 이 부시장은 “서울광장은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문화공간인 만큼 시위를 하더라도 이 공간만은 평화의 상징으로 남을 수 있게 사제단이 앞장서 달라”고 말했다. 사제단은 “생각해 보겠다”며 답했으나 분위기는 냉담했다. 일부는 “공동묘지에서와 같은 평화를 바라느냐”며 반발했다. 시 관계자들은 서울 수돗물 ‘아리수’ 페트병 한 상자를 단식 중인 사제단에 전달했으나 양측의 대화는 10분을 넘지 못했다.

최창제 서울시 총무과장은 “다른 단체와 형평성 문제도 있어 강제 철거 여부를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강제 철거를 집행하면서 “단체들이 다시 천막과 텐트를 설치한다면 또 철거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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