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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여성 지위 동남아보다 못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한국직장여성의 경제적 지위는 동남아 국가들보다 뒤처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서울대 배무기(裵茂基)교수와 숭실대 조우현(曺尤鉉)교수가 최근 영문으로 펴낸 『한국여성의 임금과 고용』(서울대출판부간행)에서 밝혀진 것.
이들은 5년간에 걸쳐 우리보다 경제수준이 뒤떨어진 마닐라.방콕.콸라룸푸르의 여성노동자들과 서울의 여성노동자들을 비교한 결과 특히 남녀의 임금격차,승진연한과 횟수차이,직업교육경험,직종전환등에서 4개도시중 가장 뒤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전체적인 임금수준에선 서울의 여성노동자가 높을지 몰라도 남녀간의 비교에선 가장 차별받고 있다는 것.
한 예로 여성의 근무연한이 한국의 경우 평균 3.5년으로 콸라룸푸르의 7.6년,방콕 6년,마닐라 9년에 비해 월등히 낮다. 승진한 적이 있는 여성 노동자의 비율도 한국이 10.9%밖에 안되는데 비해 콸라룸푸르는 49%,방콕은 50.8%,마닐라는 49.6%에 달해 한국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한국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대단히 낮은 이유로 ▶여성들이 주로 저임금 업체에 고용돼 있고 ▶고임금업체 및 공기업에서의 성에 따른 채용차별로 고임금업체로의 이동이 봉쇄돼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따라서 고임금산업에 취업할 기회가 없는 비숙련여성노동자들은 저임금산업의 다른 직종으로만 이동한다.
더욱이 산업의 양극화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지금 대부분의 여성이 저임금산업에 몰려있어 여성노동환경의 악화를 불러온다.
또한 저임금기업내에서도 남성노동자에 비해 확연히 차별받고 있기 때문에 여성노동자들은 양극화현상의 최대 피해자라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직장내 교육을 통해 숙련노동자가 돼 고임금 산업으로 옮기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성차별 개선을 위한정책은 전체적인 산업구조를 조정하는 정책과 맞물려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견해.
즉▶고용평등법 위반을 감독하는 세부규정과 벌칙 강화▶여성 기술.공업학교 설립을 늘려 열악한 기술교육수준을 끌어 올리기▶여성인력을 5백명이상 고용한 사업장부터 여성관리자를 의무적으로 두게해 여성의 관리직 진출을 보장하기 ▶출산휴가 기간중 고용보험에서 고용주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등이 그 구체적 대책.
이들은 『한국여성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고임금업체와 공공부문,그리고 대학.언론등 준공공부문에서 일정비율의 여성을 의무적으로 채용하게 하는 고용할당제가 필요하다』고 결론짓고 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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