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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도 모르는’ 도의회 의장 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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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경북도의회는 다음달 4일 임시회에서 후반기 2년을 끌어갈 의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사진은 경북도의회의 회의 진행 모습.

 경북도의원들이 ‘교황 선출식’인 현재의 도의회 의장 선출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황 선출식 의장 선거는 누가 출마하는지 공개되지 않고 정견 발표도 없이 지지자의 이름을 적는 방식이다.

현재 경북도의회는 물론 모든 지방의회의 의장 선거가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다선을 존중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시민단체 등은 이 방식이 물밑작업으로 인해 합종연횡·재력·연고 등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비민주적인 절차라며 개선을 요구해 왔다.

◇도의원 과반수가 의장 선거 방식 “바꿔야”=경북지역 YMCA의정지기단(단장 김영민 김천YMCA 사무총장)은 지난 6일부터 26일까지 경북도의원 55명을 상대로 의장 선출 방식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설문에 답한 도의원(26명)의 절반이 넘는 16명이 현재의 교황 선출식은 폐단이 있는 만큼 바꿔야 한다고 답했다.

또 도의원 6명은 현재의 선출 방식은 문제점이 있어 수정·보완을 거친 뒤 시행돼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현행 그대로 실시돼야 한다고 답한 도의원은 4명에 불과했다.

특히 교황 선출식을 바꿔야 한다고 답한 도의원 가운데 8명은 다음달 4일 실시 예정인 제8대 경북도의회 후반기 의장 선거부터 일반 선거와 같은 ‘후보 등록 뒤 선거’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답했다. 또 2명은 논의를 거쳐 9대 의장 선거부터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와 함께 바람직한 도의회 의장은 ‘도의회의 비전을 제시하고 도민의 소리를 가까이 하는 도의원’이라고 꼽은 응답자(20명)가 ‘효율적인 의정 활동을 위한 다선 도의원’(5명)이나 ‘의원 간 화합을 가능하게 하는 도의원’(1명)을 꼽은 이보다 훨씬 많았다.

의정지기단 김영민 단장은 “전체 도의원이 설문에 응답하지는 않았지만 설문에 응한 도의원 상당수가 현재의 의장 선거에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선출 방식이 하루 빨리 개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8대 경북도의회 의장 선거에는 이상천 현 의장과 안순덕 현 부의장, 이우경 행정보건복지위원장, 정무웅 의원 등이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의원 e메일 활용은 ‘바닥’ 수준=이번 설문조사는 e메일과 반송봉투를 동봉한 질문지로 실시됐다. 응답 방식은 도의원의 e메일 활용 행태를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e메일로 답을 보낸 도의원은 4명에 그쳤다. 모두 초선이었다.

이에 반해 e메일 주소조차 없는 도의원은 8명이나 됐다. 여기서는 다선 도의원이 많았다. 또 e메일 주소는 있지만 메일을 발송하고 10일이 지나도록 읽어 보지 않은 도의원도 15명이나 됐다.

메일 수신은 확인됐지만 e메일로 답변을 보내지 않은 도의원은 25명에 이르렀다. 의정지기단은 “도의원의 90% 이상이 인터넷을 통한 소통이나 디지털 문화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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