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화제>미국에 부는 自費출판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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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 출판계에 자비출판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미국의 자비출판은 기존 출판사 이름을 빌려 출판비용만 저자가 부담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저자 자신이 출판사까지 내고 책을 출판하는 것을말한다. 미국 출판전문지에 따르면 미국에서 저자가 직접 출판하는 책은 연간 4천종에 이르며 2000년에는 1만종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이렇게 되자 미시간주의 출판물유통서비스(PDS)라는 도서유통전문회사는 지난해 4월부터 자비출판 저자들에 게 유통서비스 일체를 제공,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런 현상은 베스트셀러를 노리는 미국의 기존 출판사들이 이미검증받은 작가들에게 매달리기 때문에 아무리 훌륭한 책을 썼더라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좁아 일어나는 것으로 풀이된다.또 컴퓨터 등의 기술발전으로 출판이 더욱 쉬워졌다는 사 실도 한 배경으로 설명된다.
자비출판으로 일단 독자들의 인기를 확인받은 저자들은 보통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책을 기존 출판사로 넘겨 초대형 베스트셀러로 키운다.기획력에 한계를 느낀 출판사로서는 이미 검증받은 책이어서 안전성이 확보되고 저자는 명예와 돈을 얻을 수 있어 좋다. 현재 미국에서 널리 읽히고 있는 책을 보면 자비출판으로 시작된 책들이 미국독서계 일각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미국내 각 신문 소설부문 베스트셀러 1.2위를 다투는 리처드 폴 에번스의『크리스마스 박스』,10위권을 지키 고 있는제임스 레드필드의『천상의 예언』이 대표적인 작품들이다.서서히 독자들의 관심권으로 진입하고 있는 프레드 렌스의『히말라야 서핑』,말로 모건의『호주에서 날아온 이상한 메시지』도 당초 자비출판으로 선보인 책들이다.
이들 작품의 특징은『크리스마스 박스』를 빼고는 모두 영적인 주제를 다룬 뉴에이지류라는 점이다.바로 그점 때문에 기존 출판사의 눈에 들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들 작가의 성공에 얽힌 이야기도 재미있다.국내에『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청림 刊)로 번역된『크리스마스 박스』의 저자 에번스는 유타주의 광고카피라이터 출신.부모의 자식 사랑이 주제인 이 작품은 당초 친지들간에 돌려보기 위해 20부를 찍었다.그러다 우연히 미국의 잡지에 소개되면서 사이먼 앤 슈스터에팔려 몇개월만에 2백만부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에번스는 쓰지도않은 다음 작품을 4백20만달러에 계약해 놓고 있다.
연설가였던 레드필드의『천상의 예언』도 저자가 연설장을 돌면서팔던 책이었다.92년에 이 책을 워너출판사에 넘기면서 레드필드가 받은 계약금은 80만달러로 이 책의 성공에 비해서는 형편없는 수준이나 당시 무명작가에 대한 계약으로는 파 격적인 것이었다. 미주리주의 지압사인 모건이 쓴『호주에서 날아온 이상한 메시지』도 자신의 팬에게 호주 은신을 설명하기 위해 당초 3백부를 찍었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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