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민회 '경주문화 보존' 포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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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건교부와 문체부등 정부부처간은 물론 국민들간 논란이 계속되고있는 경부고속철도의 경주방면 노선결정은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면서 생명가치를 높이는 차원에서 이뤄져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이같은 주장은 그동안 경제적 효율성이나 환경 혹은 역사.문화성만을 고집,배타적 입장에서 벌여온 논란에 새로운 가치기준을 제공하는 것으로 앞으로 지역개발문제등의 해결에 비전을 줄 것으로 보인다.
19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소회의장에서 「생명가치를 찾는민초들의 모임(약칭 생명민회)」주최로 열린 「경주문화는 왜 보존돼야 하는가」주제의 포럼에서 시인 김지하(金芝河)씨는 『지역개발의 문제는 주민의 생명가치를 높이는 차원에서 이뤄져야함에도불구하고 그동안에는 대부분 정치적 고려나 특정집단의 이익위주로결정돼 온 것이 사실』이라고 전제,『고속철도의 경주통과노선 결정문제도 경제냐 문화냐 하는 단순한 기준보다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존중하는 생명가치를 우선 해 총체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金씨는 『생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주민 스스로의 결정을 전제로 하는 자치가 바탕이 돼야하는데 여기에는 「무조건 된다」거나 「무조건 안된다」는 식의 지역이기주의가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게 마련』이라며 『경주가 단순한 고도(古都)가 아 니라 생명가치에 입각해 개발돼 인간과 자연의 절묘한 조화를 이룩한 고대모델인 점을 감안,이를 지켜내기 위한 대승적 안목과 의식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金씨는 이어 『앞으로 지역의 구심점을 찾을 수있는 것은 경제이익보다는 오히려 문화쪽』이라며 『개발도 생명가치를 높이는 작업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친환경적으로 이뤄져야한다』고 주장,고속철도노선의 도심통과에 대해 반대입장임을 간접적으 로 시사했다. 이날 주제발표자로 나온 동국대 경주캠퍼스 조경학과 강태호(姜泰昊.경주경실련대표)교수도 『역사도시로서의 풍모를 유지하고 도시경관을 보전키 위한 조치도 절실히 요구되지만 경주를 생활과생존의 기반으로 삼고 있는 많은 주민들의 인간적 삶을 위한 근대화 작업도 필연적인 상황』이라며 『이같이 역사도시와 현대도시가 갖는 이율배반적인 논리구조속에서 조화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면에서의 고려와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姜교수는 이에 따라 『경주는 경주답게 가꿔나가야 진정한 발전을 기할 수있다』고 전제,『시민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반드시 고속철도가 경주를 경유하도록 하되 문화재 훼손과 경관을 해치지않도록 멀찌감치 외곽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 다.
토론에서 서울신문 이중한(李重漢)논설위원은 『개발과 보존의 경계를 찾아내는 일은 객관적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그 국민이 요구하는 가치에 따르는 법』이라며 『모든 면에서 「문화가 재화」란 인식을 정부가 가져야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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