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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소정당 탐방 ②: 녹색사민당] "대학까지 무상교육 실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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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 장기표 녹색사민당 대표

다가오는 총선에서는 모두 14개 당에서 후보자를 냈습니다. 그러나 주요 정당들을 제외한 군소정당들은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해 그들의 주장을 유권자들에게 알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 디지털센터는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선택의 폭을 넓힐수 있도록 이들 정당 대표들을 인터뷰해 싣습니다. [편집자 주]

무상교육, 무상의료, 고용안정. 녹색사민당이 내세우는 공약이다. 가능할까? 녹색사민당 장기표 대표에게 물었다.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해 ‘걱정없이 사는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 핵심입니다. 월 30만원의 노년, 장애인 연금을 지급하고 대학까지 무상교육 실시하는 한편 4인가족 기준 월 104만원의 소득을 보장하겠습니다.”

공약은 늘 화려하지만 문제는 실천방안이다.

“서유럽의 경우 1인당 GNP가 5000달러를 넘어서면서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한국은 벌써 1만2000달러 아닙니까. 그런데도 사회보장이 아니라 ‘내가 낸 돈을 내가 돌려받는’ 사회보험 수준입니다. 잘 사는 사람,기업 몫을 빼앗아서 하자는 게 아닙니다. 사회보장을 강화해 저소득층에게 소득을 보장해주면 돈이 돌기 때문에 기업에도 도움이 됩니다. 지금 일부 수출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이 내수 침체로 고생하고 있지 않습니까.”

유럽도 소위 ‘복지병’ 때문에 골치를 앓는게 현실인데.

“한국은 사회보장이 안되기 때문에 개인이 지출하는 복지비용이 많습니다. 생명보험, 개인연금 등에 들어가는 돈이 연간 47조원입니다. 사교육비가 15조고 퇴직금이 25조입니다. 이걸 사회보장으로 흡수하면 됩니다. 결국 근로자는 임금을 20~30% 덜 받아도 지금과 같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기업은 인건비가 줄어들어 경영 상황이 좋아집니다. 게다가 시행 과정에서 교사, 간호사, 복지 요원 등 100만개의 사회적 일자리가 생깁니다. 실업 해소에도 효과적입니다.”

▶ 녹색사민당 장기표대표가 선거운동에 나서기 전 동작동 국립묘지를 찾아 분향하고 있다. [녹색사민당 제공]

녹색사민당은 2002년 한국노총 주도로 창당한 민주사회당을 계승했다. 장기표 대표가 합류하며 지난해 한국사회민주당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지난 2월 녹색평화당과 합당하며 지금 이름을 확정했다. 투쟁보다 합리적인 타협을 중시하는 중도 좌파 성향으로 사회보장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사회민주주의를 내세운다. 쉽게 말해 서유럽, 북유럽식 복지국가 모델이다. 총선에서 28개 지역구에 후보를 냈고 비례대표 후보는 6명이다. 장 대표와 이남순 한국노총위원장이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당선 가능권인 비례대표 1번은 강성천 전국자동차노련 위원장, 2번은 이동률 전 한국노총 자문위원이다. 동작 갑 지역구에 직접 출마한 장 대표는 이번 선거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고 있을까.

“동작 갑 외에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많은 울산, 구미 등에서 4석을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정당 투표에서 3.5%를 넘으면 비례대표 두 명이 가능하니까 총 6석 정도를 기대합니다. 지역구를 돌다 보니 ‘반노 반한’인 유권자들이 녹색사민당의 정강정책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낙관적인 결과를 기대합니다.”

탄핵 반대 정서가 강한데 어려움은 없을까. 장 대표는 탄핵에 적극 찬성한 바 있다.

“천문학적 불법자금을 쓴 한나라당은 대통령을 탄핵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무능은 심판해야 합니다. 가계부채 400조, 신용불량자 400만, 실업자 90만입니다. 야당이 발목 잡아서 아무것도 못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야당 때문에 추진을 포기한 좋은 정책이 있으면 하나라도 대 보라고 하세요. 대통령 본인이 지난달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에서 ‘경제 살릴 방안이 없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판 아닙니까. 노 대통령이 계속 집권하는 한, 서민들은 살 길이 없습니다.”

시야를 좀 넓혀보자. 녹색사민당은 남북 문제에 어떤 해법을 갖고 있을까.

“주면서 오만해서도 안되지만 주면서 비굴해서는 더 안됩니다. 북한과의 대화와 교류, 지원을 확대하는 부분에는 이견이 없지만 지금까지처럼 북한에 끌려다니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남북관계는 당당하게, 원칙대로 이뤄져야 합니다.”

이라크 문제에 대한 해법은 뭘까. 결국 미국과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인데.

“파병 반대합니다. 당당하게 처신해야 한다는 것은 미국과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의도는 불순합니다. 그러나 동기가 선할 때만 역사가 발전하는 것은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독재자 후세인을 타도하고 이라크를 민주화할 기회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후세인이 무너졌을 때 미군이 철수했다면 말이죠. 부시 대통령에게 미군 철수를 제안하고 같은 이유로 한국군을 파병할 수 없다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1945년 경남 김해 출생인 장 대표는 서울대생내란음모사건 등으로 9년간 복역했고 김대중내란음모사건 등으로 12년간 수배생활을 했다. 지역구에는 이번에 세번째 출마하지만 한차례도 등원하지는 못했다. 덕분에 ‘영원한 재야’라는 별명도 얻었다. 장 대표는 현 시국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정치의 수준은 국민의 수준이 결정합니다. 지금까지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한나라당, 민주당을 심판해야 합니다. 무능으로 나라를 망치고 있는 노 대통령과 권력을 찾아든 철새정당인 열린우리당도 심판해야 합니다. 국민들이 이번 선거에서 심판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저질 정치, 경제난에 대해 비판할 자격이 없는 겁니다. 기성 정당이 대표 바꾸거나 당사 옮긴다고 해서 이런 ‘정치쇼’에 속으면 안됩니다.”

녹색사민당은 한국에 사민주의의 씨를 뿌릴 수 있을까. 한국노총 조합원들은 녹색사민당에 표를 줄 것인가. 사민당과 녹색당이 연정을 통해 집권한 독일과 같은 상황이 한국에서 이뤄지는 날이 올 수 있을까. 탄핵과 개혁이라는 광풍이 부는 가운데서 장 대표가 강조하는 ‘정책대결’의 싹이 굳건히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아직은 두고 볼 일이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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