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총리 역할론에 무게 실리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청와대가 ‘쇠고기 파문’의 교훈으로 국무총리 역할론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초 총리의 역할은 ‘자원외교’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그러나 쇠고기 파동을 계기로 총리의 내각 조정 기능이 미흡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청와대 안에서 총리의 역할을 키우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2기 비서실을 이끌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26일 이른바 ‘총리 역할론’과 ‘청와대 참모의 그림자론’을 통해 정부 내에서 변화하고 있는 분위기를 드러냈다.

정 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정은 총리와 부처 장관이 책임지고 하는 게 맞다”고 단언했다.

특히 “행정은 총리가 앞장서서 이끌어 나가도록 해야 한다”며 총리가 국정 운영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 대신 대통령실장이나 청와대 수석·비서진들이 전면에 나서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와대 비서진들이 “대통령의 그림자” 또는 “대통령의 분신”으로 만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실장의 논리는 그동안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청와대가 한 발짝 뒤로 빠지고 총리를 중심으로 한 내각이 전면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다.

그는 “(쇠고기 파문에서) 워낙 경황이 없어 대통령이 자주 회의를 주재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가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총리가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해 국정의 큰 틀이 바뀔 것임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대외 노출이 잦아지면서 비난 여론을 혼자 떠안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데 따른 대책의 의미도 있다”고 귀띔했다. 총리에게 내각을 책임지게 할 경우 ‘책임총리제’를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고, 나아가 대통령의 방어벽 역할을 할 수도 있는 이중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최근 각종 회의석상에서 모두발언을 생략하고 비공개 회의의 발언을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을 통해서만 전달토록 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고 있다.

한승수 총리가 이날 쇠고기 고시 시점에 맞춰 직접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국가 정체성에 도전하는 불법 폭력시위에 엄격히 대처하겠다”고 강경한 목소리를 낸 것도 의미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선 이 같은 통치 스타일 변화가 한 총리의 유임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측은 지나친 해석을 경계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총리 교체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게 없다”며 “청와대가 지나치게 자주 전면에 나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평가를 계기로 청와대 참모진은 비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최상연·이상복 기자

▶ [J-HOT] "까짓 구닥다리 386 컴퓨터로 뭘 합네까"

▶ [J-HOT] "MB 비난여론 혼자 떠안는 상황 반복 되는데…"

▶ [J-HOT] 18대, 4년 중임제 선호 49%-내각제 31%

▶ [J-HOT] 강만수 장관, 모친상 중에도 경제 5단체장들과 간담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