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중임제 선호 49%, 내각제는 3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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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국회에선 개헌할 수 있을까. 중앙일보의 개헌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감대는 충분하다. 설문에 응한 224명 중 182명이 “18대 국회에서 개헌해야 한다”고 답했다. 182명이면 개헌안을 국회에서 의결할 수 있는 수치(재적 3분의 2, 200명)에 가깝다. 대부분 의원은 “1987년 마련된 헌법 체제를 넘어 21세기형의 새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답변은 요즘 국회 분위기와도 맞닿아 있다. 개헌 연구 모임인 ‘미래한국헌법연구회’에 등록한 의원이 100명을 넘었다. 사실상 새 국회의장이 확실시되는 김형오 의원은 “국회의장이 되면 개헌 추진에 앞장서겠다”고 선언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도 “개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입법부 수장과 집권당 지도부까지 개헌을 공론화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정작 개헌이 이뤄지기까지 감안해야 할 변수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87년 합의 개헌이 이뤄질 당시에 비해 상황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87년 당시엔 ‘직선제 개헌’이 국민적인 열망이었다. 6·29 선언 이후 집권당인 민정당이 개헌을 수용한 뒤 민정당과 통일민주당이 꾸린 협상 테이블 뒤엔 전두환 당시 대통령과 차기 여권 후보인 노태우 대표 최고위원, 김영삼(YS) 총재·김대중(DJ) 고문이란 실력자가 있었다. 4명이 합의하면 결론이 나는 구조였다. YS계인 이원종 전 정무수석은 “직선제 개헌이란 큰 틀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었고, 6년 단임제냐 4년 중임제냐 말고는 손대고 말고 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현재로선 국민이 개헌에 대해 공감하나 어려운 경제 상황 등으로 아직 열정적이지 않은 편이다. 정치권의 공동 대응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러기 위해선 정치권이 우선 어떤 권력구조로 갈지 합의에 이르는 게 급선무일 듯하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체로 4년 중임제를 선호했다(57.6%). 정치권에선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최고위원 등 차기 유력 후보군이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반면 뚜렷한 차기 주자군이 부상하지 않고 있는 민주당에선 상대적으로 의원내각제의 찬성 비율이 높다(38.8%). 한 야권 인사는 “지금과 같은 구도에서 호남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긴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87년과 달리 논의를 주도할 핵심 실력자가 보이지 않아 논의가 백가쟁명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2007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4년 연임제 개헌 제안을 박근혜 전 대표가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묵살한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도 필요하다. 친이명박 성향의 한 의원은 “임기 중 뭔가 치적을 남기고 싶어할 현직 대통령이 임기 초반에 권력 누수를 부를 수도 있는 개헌을 적극 추진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를 했다.

헌법연구회 공동대표인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이에 대해 “대립이 심한 조항은 아예 손을 안 대는 방안도 있다”며 “어렵지만 후세를 위해서라도 개헌을 해야 하는 게 시대적 사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설문에 응한 상당수 의원들도 “이번엔 꼭 해야 한다. 이것저것 하기 어렵다면 권력구조 개편만이라도 하자”고 호소했다.

고정애·정강현·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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