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장관, 모친상 중에도 경제 5단체장들과 간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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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을 짜고 있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강 장관은 26일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경제 5단체장들과의 간담회를 열고 하반기 경제운용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전날 모친상을 당한 강 장관이 간담회를 예정대로 진행한 것은 그만큼 한국 경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경기는 급속도로 가라앉고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면서 한국 경제는 1980년대 초반 이후 20여 년 만에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전망이다. 강 장관은 전날 밤새 빈소를 지킨 뒤 이날 간담회를 주재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간담회를 취소하자는 건의가 있었으나, 강 장관은 어렵사리 시간을 낸 5단체장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경제가 비상시국이라는 데는 의견을 모았으나 속 시원한 해결책을 찾지는 못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강 장관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으나 5단체장들은 유가 상승 등으로 대외여건이 좋지 않다는 점과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노사 관계 안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정부로서는 뒤늦게 물가와 민생 안정으로 정책 방향을 틀었지만 사용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 정부 관계자는 “대규모 감세와 세금 환급 등으로 서민 지원에 쓸 돈이 넉넉지 않은 것이 진짜 고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강 장관을 위로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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