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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유로 2008 보러 간 허정무 감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독일과 터키의 유로 2008 준결승전이 열린 26일(한국시간) 스위스 바젤의 상크트 야코프 파크 관중석에 허정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도 있었다. 허 감독은 준결승전과 결승전을 관전하고 귀국할 예정이다. 국제축구의 흐름을 파악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 대비한다는 장기적인 포석이다.

허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내용에서는 터키가 앞섰다. 하지만 골을 결정짓는 독일의 파괴력이 놀라웠다. 수비수가 오버래핑 뒤 크로스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경기 흐름을 계속 타면서 골까지 터뜨리는 것도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얘기했다. 한 단계 수준 높은 플레이에 감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면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것은 선수다. 하지만 선수들을 목숨 바쳐 뛰게 만들고 그들에게 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사령탑의 몫이다. 그래서 축구에서는 똑같은 선수가 뛰어도 감독에 따라 완전히 다른 팀이 되곤 한다.

러시아 돌풍 뒤에는 여우 같은 거스 히딩크가 있었고, 터키의 기적은 파티 테림의 열정 위에서 가능했다. 반면 프랑스의 레몽 도메네크는 2006 독일 월드컵에서 부진한 경기를 펼치고도 운 좋게 준우승 한 덕분에 목숨을 연장했지만 그로부터 2년 만인 이번 대회에서 레블뢰(프랑스팀 별명)의 전성시대에 종말을 고했다.

감독은 축구장 안팎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는다. 그만큼 짊어지는 책임도 무겁다. 이번 대회에서도 축배를 든 감독보다는 고배를 마신 감독이 더 많다.

도메네크와 이탈리아 로베르토 도나도니가 경질 위기에 몰렸고, 러시아에 당한 스웨덴의 라르스 라예르베크가 옷을 벗었다. 개최국 사령탑인 스위스의 야코프 쿤과 오스트리아 요제프 히커스베르거도 사퇴했다.

허 감독은 어떤 길을 갈 것인가. 그는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이라는 예비 시험대를 간신히 넘었다. 감동도 희망도 찾을 수 없었다. 하반기에는 최종 예선이라는 진짜 시험대에 선다. 유로 2008에서 경기 흐름만 볼 일이 아니다. ‘저 감독은 어떻게 저런 팀을 만들었을까’. 허 감독이 유로 2008에서 정말 배워야 할 부분이다.

바젤(스위스)=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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