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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트화 이달 3% 급락 … 태국 경제 위기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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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태국의 통화(바트화) 가치 하락이 심상치 않다. 베트남·아르헨티나에 이어 경제 위기론도 불거지고 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는 바트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촉발됐다. JP모건체이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태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미룬다면 바트화 가치가 하락해 수입 물가가 폭등하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트화 가치는 정국 불안과 국제수지 악화로 이달 들어 달러 대비 3% 급락했다. 아시아 주요 11개국 통화 가운데 하락 폭이 가장 크다.

고유가에 통화 가치마저 떨어지자 수입 물가가 급등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6%로 치솟았다. 4월 경상수지는 21개월 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통화 가치 하락에 외국인들은 태국 주식을 내다 팔았다. 이달 태국 증시의 외국인 순매도액은 300억 바트(8억9500만 달러)로 5개월 만에 최대다.

그러나 태국의 경제 위기설은 많이 부풀려진 것이란 지적이 많다. 97년 당시와는 비교가 안 된다는 것이다. 경상 적자가 누적되고 있지 않고 외환보유액도 충분하다. 그러나 바트화 가치가 추가로 떨어지고, 이것이 수입 물가를 자극한다면 상황은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신 벵 옹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인플레 기대심리가 활개를 치면서 물가가 더 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태국 중앙은행은 지난해 8월 이후 기준 금리를 3.25%로 동결하고 있다. 태국 중앙은행은 “바트화가 지나친 변동성을 보이지 않도록 통제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JP모건은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올해 초 달러당 29바트에 거래되던 환율이 9월엔 34바트까지 상승(바트 가치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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