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국시장 개방" 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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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국시장의 빗장을 풀어라.』 한국의 수입선다변화 정책을 무력화하기 위한 일본기업들의 공세가 연초부터 거세지고 있다.이번에는 일본정부 대신 자동차.가전의 간판기업들이 앞장서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무시못할 규모로 성장한 한국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밀겠다는 얘 기다.
도요타자동차 다나카 세이지(田中政治)부사장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올해는 한국시장에 완성차를 수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도요타는 우선 수입선다변화 품목에서 해제된 왜건형자동차부터 수출하기로 하고 몇몇 한국측 수입업자 와 교섭중이라고 밝혔다.
『시장개척을 위해 우선은 연간 100~200대만 팔려도 좋다』는 도요타의 공격적인 입장은 정부의 수입선다변화 정책고수에 적지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일본 최대 가전회사인 마쓰시타전기도 한국시장에 본격진출을 선언했다. 마쓰시타는 지난해 가을 아남전자를 통해 청소기.세탁기를 시범판매한 결과 「내쇼날」상표에 대한 한국소비자의 선호도가높다는 점을 확인,올해부터 수출품목을 확대하기로 했다.
마쓰시타는 올 목표를 세탁기 3,000대,청소기 2만대,선풍기 2만5,000대,프로젝션 모니터 500대로 잡았는데 아남전자는 『판매목표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가전업체들의 공세는 경영실적 악화와 무관하지 않다. 대미 수출이 주춤하고 동남아도 신장세가 둔화되면서 탈출구로 한국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자동차의 경우 한국 시장은 연간 150만대로 상당한 규모고 가전시장도 1인당 소득 1만달러 시대를 맞아 고가의 일본 가전제품이 공략가능 한 시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또 도요타는 닛산(삼성).미쓰비시(현대).마쓰다(기아)와 달리 한국업체와 제휴관계가 없어 시장개방을 주장할 수 있는 비교적 자유로운 입장이다.마쓰시타도 오디오 위주의 아남전자와 제품중복이 안돼 위탁판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의 대일 무역역조가 151억달러로 사상최대였고,국교정상화 이후 누적 무역역조가 1,000억달러를 넘어선상황이어서 일본이 수입선다변화 해제를 요구하기에는 상당한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통상산업부는 1월부터 왜건형등 일부 승용차와 휴대용 개인컴퓨터등 25개 품목을 수입선 다변화품목에서 풀었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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