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로 남는 인원 2~5년 동안 고용 보장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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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기업을 민영화할 때 2~5년간 인위적으로 직원을 줄이지 않는(고용승계) 방안을 추진한다. 또 고용승계 기간이 끝난 뒤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일정 기간 급여를 주는 것도 검토 중이다. 퇴직 근로자가 받는 급여는 노사가 합의해서 만든 ‘전직지원펀드’로 충당할 계획이다.

노동부는 최근 이런 내용의 ‘공공부문 선진화에 따른 고용안정대책’을 장관 보고를 거쳐 확정했다. 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23일 “공기업 민영화는 근로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와대가 준비 중인 공공부문 선진화 진행 상황에 맞춰 관계부처, 당과 협의해 (공기업 민영화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 안은 공기업 민영화로 인원 감축이 필요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배치 전환 ▶신규 채용 중단 ▶근로 시간 단축으로 근로자를 계속 고용토록 할 계획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은 고용보험기금 가운데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충당한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사업주가 직업을 훈련하거나 인력 재배치와 같은 방법으로 근로자를 계속 채용할 경우 임금의 2분의 1에서 4분의 3을 1년간 지원해 주는 제도다.

민영화 이후 고용승계 기간은 최소 2년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한국도로공사 산하인 고속도로관리공단이 2001년 11월 민영화하면서 5년간 고용을 보장했던 것을 참조했으며, 기관 특성에 따라 고용승계 기간은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지원과 별도로 공공기관별로 노사가 협의해 ‘전직지원펀드’의 조성도 추진된다. 이 펀드의 재원으로 재취업 또는 창업할 때까지 퇴직자에게 일정 기간 급여를 전액 지급하고, 학자금을 지원해 줄 계획이다. 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재원이 부족하면 (공공부문) 매각자금을 동원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노동부의 이번 방안은 고용보장으로 민영화의 효과가 반감하고 퇴직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의정팀장은 “퇴직한 뒤에도 정부가 급여를 책임져 주는 것은 민영화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것”이라며 “공공부문에서 이런 제도가 도입되면 민간기업 노조에서도 비슷한 요구를 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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