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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Life] 기도에 음식 걸렸다고 기도만 하실 건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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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식품에서 동물의 사체·벌레 등 이물이 나오면 불쾌감·혐오감 등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이 정도는 이물이 목에 걸려 기도를 막는(질식) 것에 비하면 양반이다. 이물이 아니더라도 둥근 사탕·견과류·방울 토마토 등이 목에 걸릴 수도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어린이 삼킴사고 안전실태조사 보고서’(2008년 4월)에 따르면 전체 질식사고의 84.8%가 6세 이하 어린이에서 발생한다. 지난해 식품으로 인한 질식사고 건수는 37건. 원인 식품별로 보면 견과류 13건, 사탕 7건, 뼈·가시 6건, 과자 4건, 기타 7건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식품으로 인해 영·유아의 기도가 3~6분 막히면 질식해 숨질 수 있다”며 “아기를 둔 부모는 평소에 응급조치법을 익혀둘 것”을 당부했다. 최근엔 대국민 홍보자료(어린이 질식사고 시 응급처치법)를 만들어 홈페이지(www.kfda.go.kr)에 올렸다.

◇질식의 원인=1세 미만 영아의 질식사고는 주로 분유·이유식 등 액체 성분에 의해 발생한다. 1세 이상의 어린이에게선 대개 작은 장난감·사탕·동전·젤리·핫도그·콩·포도·풍선이 질식의 원인 물질이다.

식의약청 위해관리과 한일규 팀장은 “어금니가 발달하지 않은 영·유아는 앞니로 음식을 부순다”며 “땅콩·콩·컵 모양 젤리·초콜릿 등이 기도로 넘어가 질식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성인의 기도 폐쇄는 떡·고깃덩어리를 먹다가 곧잘 일어난다. 기도가 막히면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의 손으로 목을 감싼다. 이와 함께 갑작스러운 호흡곤란·기침·구역질을 호소하면 이물에 의한 질식(기도 폐쇄)을 의심해야 한다.

◇증상에 따른 대처법=음식을 먹던 어린이가 갑자기 얼굴이 빨개진 채 숨을 잘 쉬지 못한다면 부모는 당황하게 마련이다. 이런 응급상황에선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등을 두드려줘야 할까, 인공호흡을 해야 하나, 아니면 119부터 부르고 봐야 할까. 기도 폐쇄의 정도와 상태에 따라 대처법이 달라진다. 상태가 가벼우면 환자가 기침을 하거나 소리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심하면 기침은 물론 소리도 내지 못한다. 을지대학병원 응급의학과 이장영 교수는 “기도 폐쇄 증상이 경미할 때는 환자를 건드려선 안 된다”며 “스스로 기침을 해서 기도에 막힌 것을 뱉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환자가 목을 감싼 상태에서 기침도 못하고 입술 주위가 파랗게 변하면 ‘목에 뭐가 걸렸나요’라고 재빨리 물어본다. 환자가 말을 못하고 고개만 끄덕이면 위급한 상태다. 바로 119에 신고하고 응급조치에 들어가야 한다.

◇나이에 따라 응급조치법이 다르다=성인이나 1세 이상 어린이의 기도가 심하게 막혔다면 ‘하임리히법’(복부 밀어내기)으로 응급 조치한다. 구조자가 환자의 뒤에 서서 양팔로 감싸듯이 잡고 명치 끝을 주먹으로 세게 밀어 올린다(구조자 쪽으로). 이 방법은 이물이 기도에서 빠지거나 환자가 의식을 잃을 때까지 계속한다.

강동성심병원 응급의학과 유지영 교수는 “1세 미만의 영아에겐 하임리히법이 권장되지 않는다”며 “영아는 간이 상대적으로 커서 응급 조치 도중 간이 손상될 수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대신 구조자가 아이를 무릎 위에 올리고, 한 손으로 아이의 머리가 가슴보다 낮게 한 뒤 등(어깨 사이)을 위로 밀듯이 손바닥으로 5번 세게 친다. 이어 아기를 반대편 무릎으로 뒤집은 뒤 양쪽 젖꼭지를 가상으로 연결한 선 바로 아래 부위를 두 손바닥으로 5번 힘껏 누른다. 환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반응이 없으면 즉시 심폐소생술에 들어가야 한다.

박태균 기자

<이물이나 식품에 의한 질식사고 예방법>

- 영·유아가 견과류·둥근 사탕·포도·방울 토마토 등을 먹을 때는 주의한다
- 음식은 먹기 쉬운 크기로 잘라 잘 씹어 먹는다
- 땅콩 등 견과류는 기도에 들어가기 쉬우므로 3세까지 먹이지 않는다
- 급정차할 가능성이 있는 차 안이나 흔들리는 비행기 안에선 음식을 먹이지 않는다
- 눕거나, 걷거나, 놀면서 먹지 않는다
- 음식을 입에 넣은 채로 대화하거나 TV를 보며 식사하지 않는다
- 작은 음식물을 던져서 입으로 받아먹지 않는다
- 식사 중 영·유아를 깜짝 놀라게 하지 않는다 

자료=식품의약품안전청 위해관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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