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계4강정권변동의해>4.끝.중국 권력 재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올해 중국 정치의 최대 관심사는 최고지도부 개편에 따른 정지작업이다.
내년 열릴 중국공산당 전당대회인 제15차 전국대표자대회(15全大)에서 국가주석과 국무원 총리,전인대(全人大)상무위원장 등최고지도부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15전대는 내년 10월중열릴 전망이어서 앞으로 1년넘게 시간이 남아 있다.
그러나 사실상의 지도부 개편작업은 올해부터 물밑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중국은 권력 핵심부 교체 등 주요 사안의 경우 지난 89년 천안문사태처럼 돌발 사태가 발생치 않는 한 상당한조정기간을 두고 사전에 정지작업을 하는 독특한 정치 행태를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을 정점으로 한 집단지도체제의 후견인인 덩샤오핑(鄧小平.91)의 물리적 수명이 거의 다해가는 시점이어서 15전대와 지도부 개편에 대비한 각 정파간 신경전은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지도부 개편의 핵심은 단연 당.정내 보수파를 대표하는 리펑(李鵬)총리의 거취다.江주석에 이어 중국내 2인자로서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는 李총리의 임기는 97년말 끝나게 된다.
헌법상 공산당 총서기만 중임 제한이 없을 뿐 국가주석과 국무원 총리,전인대 상무위원장,부총리,국무위원 등은 한자리에서 두번까지만 일을 할 수 있다.따라서 지난 87년부터 두차례나 총리를 맡은 李총리의 퇴임이 관측되고 있다.
문제는 李총리가 어느 자리로 옮겨가고 누가 총리직을 차지하느냐 하는 점이다.보수파 원로들의 두터운 지지를 받으며 江주석에필적해온 李총리가 총리직 사임후 평범한 당원으로 초야에 남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李총리의 정치적 비중에 걸맞은 직위는 국가주석이나 전인대 상무위원장,정치협상회의(政協)주석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문제는 江주석을 비롯해 차오스(喬石)전인대 상무위원장,리루이환(李瑞環)정협(政協)주석 등 어느 누구도 중임 제한에 걸리지않아 별다른 마찰없이 자리를 물려줄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이렇게 될 경우 현재의 지도부를 압도하는 권위자,덩샤오핑과 당.정 원로들의 조정이 필요하게 된다.
하지만 지난 94년 춘절(음력설)때 상하이(上海)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한번도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는 鄧이 현재 생명이위독한 상황은 아니지만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할 만큼 말끔한 정신을 유지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각 정파 간 타협이 요구되고 있다.바로 이 점이 현 지도부의 고민이자 자칫 권력투쟁을 불러 일으킬 불안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베이징(北京)정가는 李총리가 국가주석직 또는 전인대 상무위원장직을 희망한다는 설을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다.하지만 江주석이 맡고 있는 국가주석직은 덩샤오핑이 자신의 사후에대비해 江총서기로 직접 결정했다는 점에서「리펑의 국가주석 취임설」은 크게 가능성이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른 하나는 올해 72세가 되는 차오스 전인대상무위원장이 물러나는 것이다.喬위원장은 고령이라는 이유로 퇴임압박을 받게 될것으로 보이는데 그에 대한 퇴임 압박설은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나돌았다.하지만 장기간 공안과 비밀경찰분야의 총수직을 맡아온 喬위원장의 세력도 만만치 않아 그가 조용히 물러날지는 미지수다. 반면 李총리의 후임엔 주룽지(朱鎔基)부총리와 리란칭(李嵐淸)부총리가 유력한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수석부총리로서 경제를 총괄하고 있는 朱부총리는 鄧으로부터『경제를 잘 아는 능력있는 인물』로 평가받을 만큼 경제통이어서 현재로선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그러나 일부에선 朱부총리의 급진개혁노선과 좌충우돌식 성격 때문에 정적(政敵) 이 많다는 점을 들어 대인관계가 원만한 李부총리를 차기 총리감으로 꼽는 이들도 적지않다.
최고지도부의 바로 아래 단계인 당(黨)과 국무원의 부장(장관),부부장(차관)급 가운데 절반가량이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한 연령제한(65세)에 걸려 15전대를 전후해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鄧이 사망한 뒤 권력향방을 가름할 군부의 경우 지난해 공산당 제5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5중전회)에서 장완녠(張萬年)총참모장,츠하오톈(遲浩田)국방부장등 2명을 당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임명하는 것으로 일단락됐으나 나이많은 류화칭 (劉華淸.80).장전(張震.82)부주석의 퇴임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다.
군부는 장완녠.츠하오톈을 정점으로 왕커(王克).위융보(于永波).푸취안유(傅全有)상장과 鄧의 측근 왕루이린(王瑞林)등이 주도하는 시대를 맞게 될 전망이다.
베이징=문일현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