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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 동냥그릇 내미는 북한-WSJ 4일자 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한.미.일 3국은 이달안에 수백만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결정을 내린다.
그 영향권안에는 북한 주민들이 포함돼 있다.북한 정부는 대규모 쌀 지원이 무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들이 굶어죽을 것이라고 수차례에 걸쳐 주장한바 있다.
만약 그 주장이 사실이라면 3국은 즉시 북한을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기근이 진실이 아니라면 인도적 지원은 되레 인근 국가를 핵.화학 무기와 탄도미사일등으로 위협하고 있는 평양 정권을 돕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문제는 북한이 실제 기근에 직면해 있는지,아니면 엄살을 부리고 있는지 여부다.북한은 수해와 자연재해로 인해 식량 사정이 절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확증을 얻기는 어렵다.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한 미국인은 LA타임스와의 회견에서 가장 극심한 피해를 보았다는 중국 접경지역 북한 마을에서도 절박한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분명 북한이 동냥그릇을 내밀고 지구촌 가족에 합류하려 하는 것은 전에 없던 일이다.
그러나 신비에 가려진 김정일(金正日)이 아버지 김일성(金日成)보다 더 가족적인 인물인지는 확실치 않다.북한에 지원됐던 쌀이 군량미로 사용됐다고 주장하는 한국측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부족한 자원의 상당량은 거대한 군이 먹어치운다.올해 안에 북한이 일본을 사정권안에 두는 신형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것이라는 정보도 있다.경제난이 사실이며 실제 폭동 방지를 위해즉결처형을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면 문제는 심 각하다.절박해진 정권은 때로 자포자기하기 때문이다.
안전하게 북한에 쌀을 지원하는 방법은 다음의 준수사항 두가지를 관철시키는 것이다.우선 원조자의 배급 감시를 허용해야 한다. 두번째는 쌀 지원을 북한 내부의 개혁과 연계시킨다.유엔 보고서는 북한의 식량난이 병충해나 수해 때문이 아니라 스탈린식 집단 농장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이 이에대해 어떤 자세를 취하는가를 보면 기근의 심각성을판단할 수 있다.북한이 전제조건 두가지의 수용을 거부한다면 우방(友邦)들은 최소한 원칙있는 입장을 취한 셈이다.더욱이 북한이 지구촌 가족에 합류할 의도가 있는지의 여부도 지금보다 분명해질 수 있다.
정리=이장규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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