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빈곤퇴치의해>2.방글라데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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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딱- 딱- 딱-.』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중앙역 부근,햇빛만 가릴 정도로 엉성하게 만든 비닐 움막이 즐비한 빈민촌에서 온종일 들을 수 있는 분절음이다.붉은 흙먼지가 자욱히 날리는 가운데 가장과 아낙은 물론 코흘리개 아이까지 손을 놀릴 수 있는 인원 모두가 이 작업에 매달려 있다.
이곳뿐 아니다.다카시내 말고도 웬만한 도시에서 이런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자갈이 귀한 방글라데시의 건축공사에 대용품으로 쓰기 위해 벽돌을 자갈 크기로 쪼개고 있는 현장이다.
한 여인이 벽돌을 깨다말고『폭시,폭시』하며 손을 내민다.사진찍으려면 팁을 달라는 소리다.
그러다가 다시 벽돌 깨는 일에 몰두한다.부지런히 손을 놀리면1분에 벽돌 한개를 해체할 수 있으니 하루 온종일 하면 600~1,000개가 된다.그래서 받는 임금이 고작 30~50타카로1달러(약 780원)내외.온가족이 매달려도 극 빈하한선 저 밑이다. 그렇다고 이 일이 날마다 있는 것도 아니다.일이 떨어지면 인근 쓰레기 적하장에서 까마귀.독수리 틈에 섞여 음식찌꺼기나 재활용품을 뒤진다.
이처럼 집도 절도 없이 담벼락이나 빈터에 움막을 치고 사는 가구만 다카 시내에 줄잡아 60만가구에 360만명쯤 된다.다카인구 660만명의 과반수에 해당하는 규모다.방글라데시의 경우 전체인구(1억2,000만명)의 5분의 4를 웃도 는 1억명의 농촌인구중 5,100만명이 언제든지 시골을 떠나 대도시로 나설채비가 돼있는 극빈층이다.
대이은 소작농이 대부분인 이들에겐 노예같은 삶과 잦은 홍수에시달리느니 차라리 쓰레기더미를 뒤지는 것이 백번 나을 것이라는생각이 깔려있다.그러나 정부는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다. 『25년전 한국과 방글라데시 모두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200달러 수준이었습니다.그런데 지금 한국은 1만달러를 넘어섰고 우리는 170달러로 후퇴했습니다.170달러도 정부 발표니 믿을 수 없어요.』익명을 요구한 청년개발청 관리의 자조섞인 한마디다.설상가상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집권 칼레다 지아 총리(여)와 야당인 아와미연맹 셰이크 하시나 와제드 총재(여)간의 대결과 걸핏하면 실시되는「하탈」(총파업)도 극빈의 질곡을 더하는 요인이 되어 빈곤으로부터의 해방은 요원한실정으로 보였다.
다카=윤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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