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수 기자의 환경 이야기] 흉포한 멧돼지의 습격 천적 없앤 대가 받는 걸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멧돼지는 번식력이 강하지만 천적이 없어 무서운 속도로 불어나고 있습니다. 염소를 물어뜯고 사람까지 공격할 정도로 사납습니다. 헤엄을 쳐서 웬만한 강을 건너고 가까운 섬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2005년 이후 도시로 들어와 사람을 공격한 사례가 30건 가까이 됩니다. 2006년 11월 충북 영동에서는 80대 노인이 멧돼지에 물려 숨지기도 했습니다.

농작물 피해도 심각합니다. 지난해 멧돼지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65억원이나 됩니다. 지난해 여름 대선 예비후보로 나섰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내가 대통령이 되면 첫눈 오는 날 공수부대를 동원해 멧돼지를 소탕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물론 “특전사가 사냥꾼이라도 되느냐”며 반발을 샀습니다. 수렵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도시와 군사보호시설 주변에서는 어렵습니다.

농민들은 피해를 막기 위해 폭죽을 터뜨리고 양동이를 두드리지만 농민이 먼저 지칩니다. 호랑이 울음을 녹음해 들려주거나 호랑이 배설물을 뿌려도 겁을 내지 않습니다. 1920년대 이후 남한에서 사라진 호랑이를 멧돼지들이 기억할 리가 없습니다.

냄새로 멧돼지를 쫓기 위해 더덕을 심고 나프탈렌·목초액·마늘·농약·머리카락을 뿌려도 7~10일이 지나면 효과가 없습니다.

발광다이오드(LED) 전구로 강한 빛을 내는 ‘호랑이 눈’을 만들어 설치해서 효과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현재로서는 순간적으로 전기충격을 줘 쫓는 전자울타리가 가장 효과적이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전자울타리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까요. 오히려 먹이를 찾아 도시로 나와 어슬렁거리는 멧돼지만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멧돼지 피해는 천적을 없애 생태계 균형을 파괴한 사람들에 대한 자연의 보복일지도 모릅니다.

강찬수 기자

지금 eco.joins.com에선 …

중앙일보 환경포털 사이트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다양한 환경정보와 뉴스, 사진이 가득합니다.

▶국내외 환경 관련 뉴스와 사진

▶환경 관련 다양한 용어 설명

▶지구온난화 원인과 각국의 피해 사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각국의 노력

▶자동차·가전제품에서 배출한 온실가스 계산하기

▶온실가스 줄이는 방법

▶신재생에너지 상식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