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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공포 … 뉴욕발 악재에 코피난 코스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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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외국인의 ‘셀 코리아’가 길어지고 있다. 19일 거래소 시장(정규장 기준)에서 외국인은 2596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9거래일 연속 순매도다. 이달 들어 처분한 국내 주식만 2조9000억원이 넘는다. 미국 신용위기로 전 세계 증시가 함께 흔들렸던 올 1월 이후 최대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국제 유가 상승과 미국·중국 증시 급락이 겹치면서 반등 하루 만에 다시 1.88% 떨어진 1740.72까지 밀렸다. 삼성전자가 4% 넘게 주저앉는 등 전기전자 업종의 낙폭(3.65%)이 특히 컸다.

◇밤이 무서운 증시=밤 사이 미국 뉴욕 증시가 떨어지면 다음날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대거 내다 파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달 들어 다우지수는 여덟 번 떨어지고 다섯 번 올랐다. 다우지수가 꺾인 여덟 번 가운데 외국인이 다음날 국내 주식을 내다 판 것은 일곱 번이다. 유일한 예외인 5일도 전날 미국 증시 낙폭이 0.1%에 불과했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기 힘들다. 미국 증시 하락이 국내 증시의 수급 악화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주가의 바지춤을 끌어내리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미국 상황이 쉽게 좋아질 분위기가 아니란 점이다. 우선 신용위기가 끝날 조짐이 안 보인다. 골드먼삭스는 17일(현지시간) 미국 금융권의 부실·상각이 내년 1분기까지 이어져 650억 달러를 추가 조달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의 주역인 주택 가격 역시 반등 기미가 없다. 경기·물가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지난달 미국 산업생산은 한 달 전에 비해 0.2% 감소했고, 생산자 물가는 1.4% 올랐다. 양쪽 모두 시장 예상치보다 나쁜 성적이다. 더 무서운 게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다. 이달엔 안 올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물가를 잡기 위해 올해 안에 금리를 올리면 미국 경기 회복은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이 달러를 싸게 빌려 신흥국 증시에 투자하기도 어려워진다.

◇IT 파는 외국인=이달 들어 지금까지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정보기술(IT) 업종을 집중적으로 내다 팔았다. 순매도액이 벌써 1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5397억원)·LG전자(1908억원)가 대표적이다. 대신 조선주를 샀다. 현대중공업(993억원)·삼성중공업(953억원)을 많이 담았다. 해석은 갈린다. 삼성증권 소장호 애널리스트는 “IT주가 3월 중순 이후 단기 급등하면서 투자 비중이 높아지자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선 것”이라며 “차익 실현 목적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 경기가 둔화하면서 대표적 소비재인 IT업종의 전망이 어두워졌기 때문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이 최근 조선주를 사들이고 있는 것도 소비재보다는 산업재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그래도 작기 때문”이라며 “경기에 민감한 IT의 업황이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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