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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때 부상용사 40여명 교포들이 '메리크리스마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나의 괴로움보다는 졸지에 어머니와 동생을 잃고 애처롭게 나를 쳐다보던 여동생들의 눈망울을 기억에서 지울수 없습니다.』 한국전쟁이 치열하던 52년 중공군과 교전중 머리와 다리에 수류탄 파편을 맞고 지금까지 미국 뉴욕주 재향군인 병원에서 치료를받고 있는 샐 스카라토(62)는 올해 크리스마스가 그 어느해보다 따뜻하다.뉴욕지역에 살고 있는 한국교포들과 한국전 참전 미국인들이 정성스런 선물꾸러미를 들고 병원을 찾아 왔기 때문이다. 뉴욕주 롱아일랜드 스토니브룩의 재향군인 병원에는 아직도 한국전쟁의 상처를 안고 입원중인 참전용사들이 40여명에 이르고 있다.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뉴욕 센트럴 롱아일랜드 참전용사회에서는 병상에서 고생하는 전우들을 위문해왔고 올해는 때늦은감이 있지만 한국교포들이 온정에 동참했다.민주평통 뉴욕협의회 회원들과 뉴욕총영사관,그리고 많은 교포단체 인사들이 병원을 찾아 그들의 피와 땀에 보은(報恩)했다.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참전용사들은 기나긴 투병생활에서 오는 고통과 외로움으로 지쳐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들이 목숨바쳐 싸웠던 한국전쟁이 「잊혀진 전쟁」으로 역사에서 사라지는 것을 매우 가슴 아파했다.
머리부상 후유증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는 윌리 버본(69)은 『다시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며 한국의 전우들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했다. 40여년간의 투병으로 몸과 마음은 무척 피폐해지고 쓸쓸한 나날만 기다리고 있지만 태평양 건너 우방 전우들은 자유를 지켰다는 자부심만은 단단히 놓지 않고 있었다.
뉴욕지사=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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