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제야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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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에 비하면 동양의 제야행사는 조용하고 경건하다.지난해의 잘못을 반성하고 새해를 설계하는 침잠(沈潛)의 시간이다.일본인들은 제야의 종이 울리면 집 근처 절이나 신사(神社)에 가서 가족의 건강과 행운을 빈다.우리는 예부터 섣달 그믐 날을 「작은설」이라 하여 저녁에 사당에 절하고,어른들에게도 세배하듯 절했다.한해를 무사히 보냄을 감사하는 뜻의 인사다.
제야의 종 타종(打鐘)은 불교 유산으로 중국 송(宋)나라 때부터 실시돼 왔다.백팔번뇌를 종소리와 함께 날려보내는 장엄한 의식이다.서울의 명물 종로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은 역사가 오래다.보물 제2호인 옛날 종은 보존상 문제로 국립 중앙박물관에이전돼 보관중이며,지난 85년부터 새 종이 사용되고 있다.
1995년은 격변(激變)의 한해였다.대형사고와 사건이 꼬리를물었고,불행했던 과거 청산으로 나라 전체가 흔들렸던 한해였다.
아쉬움속에 또 한해를 보내면서 차분한 마음으로 과거를 정리하는시간을 가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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