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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현장 관찰] 6. 경기 고양서 만난 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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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40대 강경한씨. 그는 남성이면서도 남성 국회의원들이 영 못마땅하다. "남자 국회의원들이 그동안 싸움질밖에 더 했나요. 이제 여성이 바꿔야 합니다."

어찌 보면 이분법적 논리지만 그는 여성을 변화의 동력으로 여겼다. 구태 정치는 남성의 책임으로 돌렸다. 그 같은 시각은 비단 姜씨만이 아니다. 상당수의 남성이 그렇게 생각한다. 여성 파워가 알게 모르게 50년 된 가부장적 선거문화를 바꾸고 있다. 그 같은 흐름은 각당의 간판급 얼굴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한나라당 대표와 민주당 선대위원장, 열린우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이 그들이다. 3당 대변인도 모두 여성이다. 비례대표 후보자의 절반도 여성이다. 243개 지역구에선 66명의 여성 후보가 뛰고 있다. 지난 총선의 두배다.

선거운동 방식도 다르다. 한국정치를 지배하다시피 한 연고주의에 여성들은 의존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혈연.지연.학연의 끈이 약하기 때문이다. 비방.폭로 흑색선전에도 익숙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뛰는 것밖에 없다.

김영선(일산을.한나라당)후보는 선거구를 신속하게 다니면서 1~2분 단위의 거리연설을 한다. 이름하여 '번개 유세'다. 사람이 모이든 안 모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남성 후보들은 좀처럼 시도하지 못하는 방식이다. 개정 선거법도 여성에게 유리하다. 이번부터 늘어난 TV.라디오 연설은 감성적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여성 후보들이 반긴다.

그뿐이 아니다. 남성에게 유리한 돈과 조직 위주 선거가 사실상 제도적으로 차단됐다. 한명숙(일산갑.열린우리당)후보는 "그 같은 제도적 변화 때문에 여성 후보들이 나설 수 있었다"고 했다. 사실 여성 후보에 대한 유권자의 의식 변화는 어느날 갑자기 이뤄진 게 아니다. 여성 금기 영역이 차례로 무너져 온 결과다. 남성 스포츠 종목과 경찰 간부.영화감독.전투기 조종사.공안검사.헌법재판관 등에 여성의 진출이 활발하다.

정치권에선 불법 정치자금 사건과 탄핵사태로 인한 남성 위주 정치에 대한 실망 등이 어우러져 17대 총선의 전면에 여성 파워가 등장했다. 하지만 준비 부족, 경험 미숙으로 유권자의 깊은 곳을 파고드는 데 한계를 느낀다는 여성 후보들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의 한 여성 후보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통념은 사라졌으나 '암탉이 알을 낳으려면 시간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고 했다.

여성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는 다양하다. 여성 정치인이 모성애를 발휘해 세대.이념.계층.지역을 뛰어넘는 통합의 정치를 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다. 또 남성 정치인과 비교해 힘겨루기.패거리에 휩쓸리지 않을 것을 기대하기도 한다.

여성 파워를 비판하는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눈물 TV연설, 민주당 추미애 선대위원장의 3보1배 등에 대해 20대 여성인 임수경(민노당 강남갑 선거운동원)씨는 "위기에 몰린 각당이 여성을 내세워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하려는 수법"이라고 꼬집었다.

김용호 교수 인하대 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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