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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월 이상’ 수입금지 정부 보증 막바지 조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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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과 미국은 1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쇠고기 문제 해결을 위해 3차 협상을 계속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18일 4차 협상이 미국 측 사정으로 한 차례 연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양측의 의견이 좁혀지고 있어 추후 협상에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7일 오후 워싱턴 USTR 내 회의실에서 두 시간가량 회담했다. 이날 양국은 미국 측이 내놓은 새 제안을 중심으로 실무협의를 한 뒤 잇따라 장관급 회담을 열었다.

김 본부장은 협상에 앞서 “미국 측이 여러 제안을 해 왔다”며 “우린 실효성이 있는지 검토했으며, 국민들의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 열심히 협상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귀국 일정을 묻는 질문에 “(비행편) 예약은 여러 가지를 해 놨다. 갈아 입을 옷도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레첸 하멜 USTR 대변인은 협상 분위기를 묻는 기자들에게 “썩 괜찮았다(Pretty OK)”고 답했다. 그는 “기술적인 협의를 더 해야 한다”며 “한국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를 원하며, 상호 합의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슈워브 대표가 (메릴랜드주 애나폴리스에서 열리고 있는) 미·중 전략대화에 참석하지 않은 채 쇠고기 협상을 진행했다”며 “그건 이번 협상에 (미국의) 우선순위가 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협상에선 한국에 수출되는 쇠고기가 30개월 미만이란 걸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수출증명(EV)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문제 등을 놓고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주미 한국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민간의 자율규제를 미국 정부가 실효성 있게 보장하는 방안을 도출하는 게 관건”이라며 “실효성의 강도를 놓고 한·미 간에 아직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민간 자율성을 지키면서 미국 정부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기술적인 문제가 꽤 복잡한 편이지만 양측의 협상이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한국 국민의 우려를 씻을 정도의 협상이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는 미국 정부가 협상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을 지낸 조셉 윈더는 17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홈페이지에 올린 ‘서울이 불타고 있는데 워싱턴은 왜 꾸물거리나’라는 기고문에서 “쇠고기 사태가 잠재적으로 한·미 관계를 위협할 수 있다”며 “부시 행정부는 이명박 정부를 도울 정치적·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문제는 더 이상 과학의 문제가 아니다”며 “부시 행정부가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도록 ‘전부 아니면 전무 ’ 식으로 압박하지 않았다면 이번 위기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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